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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그 입에 애플을 담지 말라."


애플과 현대자동차그룹 간의 애플카 개발 협상이 깨진 배경에는 창업주 스티브 잡스 때부터 내려온 애플 특유의 유별난 ‘비밀주의’가 존재한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놀라움’을 강조해온 잡스의 철학에 따라 애플은 협력사에 악독한 수준의 비밀 유지 계약(NDA·Non Disclosure Agreement)을 요구하고, 이를 어길 시 가차 없는 위약금 처분 등을 내리는 행보를 이어왔다. 단지 기업 문화로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이러한 비밀주의를 이용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탄탄히 하고 협력사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이상적인 협력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애플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등 협력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이유가 여기 있다.


◆현대차그룹-애플 협상 왜 깨졌나

9일 애플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애플은 다른 기업과 협상할 때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비밀 유지 계약 준수를 강요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애플의 허락 없이는 종료 전까지 그 어떤 내용도 공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파트너사와 협력사들은 공식적인 자리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조차 애플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린다. 애플에 터치스크린용 유리를 납품하는 코닝의 웬들 위크스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의 이름을 큰 소리로 말해선 안 된다"며 "회사 내에서 애플을 부르는 ‘코드명’이 있다"고 했을 정도다. 일각에선 애플이 아닌 ‘과일회사(Fruit Company)’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 입에 애플을 담지 말라…갑질 마다않는 유별난 '비밀주의' 원본보기 아이콘

애플로선 현대차그룹과의 최근 협상 과정에서 생산 협력설, 2월 정식 계약 타결설 등이 연이어 노출되면서 더 이상 비밀 유지 원칙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모든 협력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플의 비밀주의와 주도권 싸움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면서도 "현대차그룹처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갖추고 대량생산시설을 보유한 완성차업체가 몇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측이 향후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 현대차그룹으로선 이미 비밀 유지 준수 문제에 발목을 잡힌 채 어느 정도 유리한 조건을 따내느냐가 관건이다.


◆악명 높은 애플 비밀주의…갑질도 빈번

애플의 비밀 유지 계약은 익히 악명 높다. 제품, 서비스의 세부 내용을 유출하는 것은 물론 협력 계약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거액의 위약금을 물리거나 계약을 즉각 파기해왔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렌식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기밀 유출자도 끝까지 잡아낸다. ICT업계 관계자는 "파트너사에 전달되는 애플만의 보안 원칙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때때로 파트너사, 협력사에 과도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져 논란을 낳기도 했다. 과거 디스플레이 협력사이던 GT어드밴스드테크놀로지스가 파산 과정에서 애플의 지나친 위약금을 이유로 들며 고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애플은 비밀 유지 1건이 깨질 때마다 무려 5000만달러를 지불하도록 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또한 애플은 애플스토어에 액세서리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에게 판매 60일이 지나서야 대금을 정산하도록 계약을 변경, 사실상 재고비용을 공급사들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입고 시기가 아닌 판매 시기"라며 "애플이 액세서리 공급사들을 쥐어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수년간 이어온 갑질이 확인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무려 12년간 이어온 애플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해 동의의결을 확정했다. 그간 애플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한국 이동통신사에 광고·수리비 등을 떠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아이폰3GS 출시 후 TV·옥외 등 광고비와 매장 내 전시·진열비, 수리비 등을 부담하도록 하는가하면, 아이폰·애플 워치 등 광고를 제작할 때에는 이통사에게 걷은 '광고 기금'을 사용했다. 애플은 매장에 전시하는 아이폰 등 단말기도 유통망에서 전량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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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말이 협업이지,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애플의 하청공장이 될 수 있는 계약 조건들을 마냥 따라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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