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혁신 앞당기고 행복지수 커져" SKT 박정호號, 1년 넘긴 ‘주4일근무’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처음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SK텔레콤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1년여 전만 해도 셋째 주 금요일에 어색하게 집을 나서곤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주 4일 근무하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쉬는 날이 생겼지만, 딱히 갈 곳도 약속도 없어서였다. 익숙한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맨 채 어색한 산책을 했다. 그리고 미술관을 갔다. 그가 기억하는 첫 해피프라이데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의 아이디어로 도입된 해피프라이데이가 어느덧 시행 1년을 훌쩍 넘기며 김씨의 금요일도 달라졌다. 이제는 가족, 친지들과 사전에 일정을 계획하기도 하고 새 취미생활도 즐긴다. 그의 딸은 "아빠도 놀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놀리곤 한다.
월 1회 주 4일 근무, 본사 대신 집 근처 거점오피스로 출근. SK텔레콤에서 지난 1년간 확인된 ‘업무 방식의 변화’는 확연하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대기업 최초로 전사적 재택근무에 돌입하는 등 국내 그 어떤 기업들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일의 혁신’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는 이 같은 혁신을 더 가속화시켰다.
1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추진해 온 업무 방식의 변화가 임직원의 행복에 실제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공개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작년 하반기에 쌓인 데이터 10만여개를 기반으로 구성원의 평균 행복도를 측정·분석한 결과 마이너스 3점부터 3점까지의 7단계 척도에서 평균 0.82를 기록했다. 6단계로 선택할 수 있는 감정스티커로 행복도를 체크했을 때에는 ‘평온하다(52.8%)’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즐거워요(32.2%)’ ‘슬퍼요(6%)’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사적 휴무인 해피프라이데이 도입이 임직원의 행복도를 끌어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월~목요일(0.69)에 대비해 해피프라이데이 당일인 셋째 주 금요일의 행복도(1.16)는 68.1% 상승했다. 이는 해피프라이데이가 아닌 다른 금요일(0.8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입사 8년 차인 또 다른 김모씨는 "전사적으로 하루를 온전히 쉰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팀장급 이모씨는 "처음엔 일부 눈치 보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1년이 지나며 안착했다는 평이 나온다"고 전했다.
집, 거점오피스 등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한 ‘워크프롬애니웨어’도 근무 만족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제3의 장소에서의 근무 만족도가 작년 8월 0.53에서 최근 0.61로 상승 추세"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업무 방식의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는 개인의 행복이 조직의 역량·성과로 이어진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다. 만약 긴 출퇴근 시간이 임직원의 행복도를 낮추는 요인이라면 이를 해결할 방안을 회사 차원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이는 ‘구성원의 행복’을 경영 목표로 삼은 그룹의 경영 방침과도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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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박 대표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업무 효율을 높임으로써 근무시간을 단축시킬 것도 수차례 주문해왔다. 이번 행복도 측정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향후 이들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 개인·조직 차원의 요인들을 찾아 조직 개선 과제까지 이끌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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