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들의 매년 반복되는 신년사 일성 '디지털 혁신'
플랫폼 금융사들 추격 속 변화와 혁신, 디지털 전환은 금융사 생존 직결
내년에는 디지털 부문에서 자화자찬하는 신년사 들을 수 있기를

이초희 유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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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금융부장] 연초 재계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머릿속에 무엇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지를 가늠해 보려면 신년사를 보면 된다. 신년사를 통해 그해 화두와 CEO들의 고민과 계획 등에 대해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다.


2020년 1월, 금융권 주요 CEO 신년사 키워드는 '투명성 강화'였다. 다수의 CEO들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반성의 의미를 담아냈다. 저마다 신뢰, 책임 등을 언급하면서 땅에 떨어진 고객들의 믿음을 되찾겠다고 연신 강조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디지털'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고객과 시장이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디지털 혁신과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에서 뒤쳐지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다부졌던 CEO들의 각오는 잘 지켜졌을까. 올해 신년사를 보자. 민간 금융산업을 이끄는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본 2021년 화두는 '플랫폼'과 '혁신'으로 요약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 한 해 동안 비대면은 우리 사회의 주요 작동 원리가 됐다. 직접 은행 창구에 가지 않아도 계좌 계설이 가능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태생부터 다른 플랫폼 금융사들의 성장속도는 눈부셨다.


소위 '지점망'이라는 조직은 이제 금융사들에게 혹덩어리가 됐다. 비용만 잡아먹는 적자점포는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줄이기도 여론의 눈치가 보인다. 비대면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인력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서다. 이같은 이유로 금융당국과 금융노조는 점포 통·폐합을 반발하고 있다. 반면 '애플리케이션(앱)'하나 가지고 장사하는 플랫폼 금융사들은 군살 없는 육상선수처럼 정부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날쌔게 달리는 중이다.

플랫폼 금융사들의 도전은 1~2년 전에 시작된 게 아니다. 지난해 금융 CEO들이 디지털 혁신을 줄줄이 주문했던 것도 이런 상황에 대처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올해 금융권 수장들의 신년사는 지난 1년간 '디지털 농사'에서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자문자답이기도 하다.


재작년 신년사는 어떨까. 2019년 1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신년사에서도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디지털이다. (계속 연임 중인) 주요 4대 금융지주 회장들 모두 한 목소리로 디지털 강화에 사활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신년사는 지난 한해를 진솔하게 돌아보고 새해를 맞아 당부하는 내용들로 채운다. 수년째 디지털 전환과 혁신에 대한 메시지가 반복되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는 반성과 질책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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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보수적이고 많은 규제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속에서 태어난 신종 금융서비스들은 가볍고 빠르다. 공룡은 점점 추워지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너무 크고 느렸다.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따듯한 털을 가지고 태어난 설치류들이다. 금융권 수장들이 내년 신년사에서는 또다시 디지털 혁신 약속을 되풀이 하지만 말고, 1년 간의 훌륭한 성과를 자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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