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시거부' 의대생 구제 선회…형평성·공공성 논란 지속
시민들 "본인들 선택 책임져야", "코로나 시국 파업 이해 못 해"
정치권에서도 찬반 입장 갈려…민주당 내부서도 다른 목소리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이 다시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일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이 다시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일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시시험을 집단 거부했던 의대생들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의대생들 구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뜻을 바꿔 형평성은 물론 공공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찬반 입장이 갈리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른바 의대생 구제 논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31일 보건복지부는 의대생들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주겠다며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했다. 이어 4일 입법예고 절차를 끝냈다.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시를 실시하려면 시험 시행 90일 전까지 공고를 해야 하지만 개정안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3항에 따른 공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제4조 제4항)"는 규정을 신설했다.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통과되면 오는 23일 국시를 추가로 치르는 방식으로 사실상 의대생들을 구제한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20일 KBS '일요진단'과 인터뷰에서 "(의대생 재시험 문제가) '공정하냐, 절차가 정당하냐'는 국민들의 문제 제기가 있어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현실적 필요,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까지 고려해 정부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며 국시 재응시 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이를 두고 당장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국시 재시험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시 거부 의대생의 재시험을 검토중이라는 뉴스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 해에 보는 국가시험이 도대체 몇 개인지요? 그것도 전부 단체행동하면 구제해줄 것입니까?"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시험 때 코로나 확진자라 시험 못 본 응시생들도 구제 못 했습니다. 수능시험 때 교사실수로 종료 종이 일찍 울려 시험망친 수능생들도 구제 못 했습니다. 코로나로 강제 영업정지로 직원들 인건비와 임대료 손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정부 지침에 협조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어 "국민들이 피해가 없어 단체행동하지 않는게 아닙니다. 코로나 비상시국에 국가를 위해 개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안전과 국익을 고려하여 참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 여론이 바뀌고 있다구요? 지난번 코로나 비상시국에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파업에 대한 정서는 그대로입니다. 정 총리는 참고 있는 국민들 마음에 분란을 일으키지 마시고 이 사태를 책임지시기 바랍니다.국민들은 불공정한 의사만의 국시 재시험에 분명히 반대합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른바 '의사 국시 관련 논란'은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했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공공의료 강화 방안에 반발한 전국 의대생들이 시험 거부를 표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의대생들은 국시 대상자 3172명 가운데 423명만 시험을 치렀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도 주장 관철을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선 의사는 물론 의대생들을 향해 "정말 너무한다" ,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국시 거부 의대생 절대 구제 반대"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의대생 구제 논란에 반대한다고 견해를 밝힌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코로나19 시국이 아니면 의대생들 주장이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왜 모두가 절망하고 힘든 시기에 집단행동을 했느냐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또한 본인들이 내린 국시 반대 결정에 왜 다시 정부를 상대로 구제 요청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학생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20대 대학생 이 모 씨는 "의사들이 정말 필요한 코로나 시국에 벌인 집단행동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기들이 선택하고 결정한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찬반 양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당장 차기 대권 후보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전날(5일) 방송한 '2021 JTBC 신년특집 대토론'에 출연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 구제에 대해서 "국민적 용인 없이는 허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의대생에게 국시 응시 기회를 부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에 명확히 입장을 밝힌대로 (의대생) 본인들에게 부여된 권한과 기회를 본인들의 이익을 얻기 위한 투쟁의 수단으로 버린 것"이라며 "우리는 기본적인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필요하다고 해서 질서를 어긴 것에 대해 뒤집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은 매우 나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의대생 구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국민들이 충분히 용인할 정도의 상황을 만들어 낸 다음에 (국시 재응시를) 하는 것이 낫다"며 "진지한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2021 JTBC 신년특집 대토론 캡처

사진=2021 JTBC 신년특집 대토론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같은 입장을 보였다. 원 지사는 "의료인력 공급문제에 대해서는 해야하지만 국시를 거부한 지 몇달이나 됐다고 슬그머니 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정부가 시험거부나 집단행동에 대해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할 지 걱정된다.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방송에 함께 출연한 다른 의원들은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지사 말씀대로 진지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의대생이 당시 상황에서 의사 국시를 거부했던 것이지 영원히 거부하려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시험을 보려는 인원이 두배가 될 텐데 원래 2021년에 시험을 봐야 했던 의대생에게는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두 번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재응시를 찬성했다.

AD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의대생 본인들이 투쟁을 위해 거부하긴 했지만 의료계와 정부가 소통하지 못한 부분에 따른 반발로 인한 거부이기 때문에 시험 시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탈리아의 경우 의료진이 부족해 1만명에게 의사 면허 시험을 면제했다. 이 같은 타국 사례를 봤을 때 응시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