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보험 실효성 있을까…견종·보장액 적어 여전히 불안(종합)
2월부터 가입 의무화
동물보호법상 맹견 5종에 대상 국한…개정안 발의됐지만 관심 적어
보장액 선진국 대비 낮아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직장인 박현진(28ㆍ가명)씨는 최근 집 근처를 산책하던 중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을 했다. 한 견주가 신발 끈을 묶느라 목줄을 놓은 사이 말티즈가 근처를 걷던 박씨에게 갑자기 달려든 것. 박씨는 놀라 넘어졌지만 다행히 견주가 빠르게 목줄을 잡아 대형사고는 나지 않았다. 박씨는 “반려견의 크기와 상관없이 사람을 물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감이 들었다”며 “크고 무시무시한 견종은 아니라도 개한테 물리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개 물림사고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다음달부터 '맹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입 대상이 일부 견종에 국한된 데다 보장 한도도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이유에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2월부터 맹견 소유자는 배상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등 동물보호법상 맹견 5종에 대해 적용한다. 맹견 소유자가 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맹견 배상책임보험은 맹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하면 8000만원, 다치면 1500만원을 보장한다. 또 다른 동물에 상해를 입히면 200만원 이상을 보장한다.
개 물림 사고 빈번한데 책임보험 대상 5종에 불과
개체별 특성에 따라 조치 취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관심 적어
일각에서는 개 물림 사고가 견종 구분 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5종으로 한정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8년 해외 사례와 해당 견종의 번식 목적을 종합해 맹견 5종을 정했지만 범위가 좁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80대 노인을 물어 숨지게 한 배우 김민교의 반려견의 견종은 벨지안 쉽독으로 맹견 5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7년 발생한 가수 최시원 반려견의 개 물림 사고의 견종은 프렌치 불독이었다. 반려견 커뮤니티 '강사모' 네이버 카페에서도 '개 물림 사고'를 검색할 경우 진돗개, 웰시코기, 시베리안 허스키 등 다양한 견종에게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글이 이어졌다.
맹견 5종을 정한 동물보호법을 고치기 위한 시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견종이 아닌 개체별 특성에 따라 조치를 취하게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관심도가 떨어진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 관련 법안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필요함에도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맹견 견종의 범위가 좁다. 독일의 경우 맹견의 견종을 정하고 있지만 체고 40cm 이상 또는 체중 20kg 이상 반려견을 소유한 견주는 의무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미국은 29개주가 특정 종이 아닌 개체별로 맹견을 판단해 관리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해 보장액 한도 낮아…미국 미네소타주는 최소 의무 보상 한도 30만 달러 책정
보장액의 최대한도가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 물림 사고를 겪었던 이지현(40ㆍ가명)씨는 “개 물림 사고는 치료비를 넘어 경제활동에 생기는 지장과 개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사람이 죽거나 장애가 생긴다면 그 트라우마가 더 클 건데 한도가 낮지 않냐”고 토로했다.
한국 맹견보험의 보장액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미국 미네소타주는 맹견배상책임보험의 최소 의무 보상 한도를 30만 달러(약3억2600만원)로 책정했다. 워싱턴주 역시 25만 달러(약2억7100만원)로 최소 의무 보상 한도를 정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이형주 대표는 “사람을 공격하는 반려견은 견종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5종만 대상으로 해서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의무보험 가입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성숙한 반려견 문화를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