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집 근처 제과점 하나가 문을 닫았다. 한때 유행했던 자기 이름을 내건 조그만 베이커리다. 브랜드 제과점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었지만 장사가 잘 안 되자 빵 가격을 내리면서 품질도 떨어져 그나마 있는 손님도 떠나고 말았다. 건물주가 착한 임대인에 동참하며 임대료까지 내려줬지만 내린 임대료도 감당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한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하더니 떡볶이집이 들어섰다. 동네 분식집 정도로 생각했는데 1인분씩은 안 판단다. 2인분 가격은 1만5000원으로 제법 된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분식집에 어울리지 않는 닭볶음탕, 곱창볶음 등 술안주들이 가득하다. 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3개밖에 없었다. 그나마 1개는 배달을 위해 포장된 음식들을 올려 놓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럴 만하다. 떡볶이 1인분에 3000원 정도 하는 동네 분식점의 경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생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조736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5조2731억원 대비 무려 84.6% 늘었다. 2017년에는 2조7325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연속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도 배달 앱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급하는 외식 쿠폰은 배달 앱 할인 쿠폰으로 전락했다. 4번 주문하면 1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다 보면 성장통도 있게 마련이다. 부작용도 만만찮다. 외식 쿠폰의 경우 거리두기 취지도 살리고 자영업자도 살리겠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배달 앱을 사용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은 이마저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거리 곳곳에서는 밤마다 배달을 서두르는 오토바이들이 곡예 주행을 한다. 오토바이 뒤에 배달통을 2~3개씩 단 것은 기본에 등에는 배낭까지 짊어졌다. 양쪽 손잡이에도 비닐 봉투가 서너개씩 걸려 있는 오토바이들은 때로는 중앙선을 넘나들고 길이 막히면 인도로도 뛰어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13.7% 늘었다.
배달 서비스 이후 늘어나는 쓰레기는 이미 정상적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다.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 용기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음식이 묻어 있는 경우에는 모두 재활용이 안 된다. 흔히 알고 있듯이 물로 씻어 버려도 마찬가지로 폐기 대상이다. 컵라면 용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음식물이 묻은 비닐도 재활용이 안 된다. 배달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폐기 대상 쓰레기가 늘어나는 이유다.
정부가 배달 오토바이의 곡예 주행 문제를 막는다며 '이륜차 음식배달 종사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모든 업종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의구심이 든다. 가이드라인의 경우 배달 종사자들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사업주도 함께 처벌받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환경순환 정책 역시 제품 생산 시 재생원료의 의무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기본적 생각이다 보니 사업주들이 알아서 챙겨 달라는 주문에 다름없다.
이렇다 보니 새해 벽두부터 배달비가 올랐다. 고작 500~1000원 정도 올랐다지만 배달비 자체로는 30%, 1만원 이내 음식과 더할 경우 내야 할 금액은 10% 가까이 늘었다. 가격 인상 요인도 다양하다. 가장 먼저 인건비 상승이 있겠고 플랫폼 운영비와 유지비 상승도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지난 8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달 앱 가맹 음식점들의 80%가 수수료나 배달비가 인상될 때마다 음식 가격을 인상해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때문에 음식 가격도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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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다시 배달 앱 대신 직접 배달에 나서는 음식점도 늘고 있다. 이유야 있겠지만 과거 '중국집 철가방' 시절 배달료 없이 자장면 한 그릇도 배달을 해주던 시대가 생각나 왠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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