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제도 기업 불만족 응답 47%
신기술 부재, 감축여력 부족 등이 주된 사유
설비투자도 부담…유상할당 비율 10% 상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문채석 기자, 황윤주 기자] 정부의 탈탄소 정책으로 기업에 허용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면서 배출권 거래가격 상승이라는 악재가 경제계를 강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업의 재무가 취약해지고 매출 전망도 불투명한 가운데 '탄소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30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18년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배출권 장내ㆍ외 평균 거래가격은 2015년 1t당 1만1013원에서 2016년 1만7256원, 2017년 2만951원, 2018년 2만2118원, 2019년 2만7648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7%, 21.4%, 5.6%, 25% 상승하고 있다. 환경부가 할당 대상업체 2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47%는 배출권 거래제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된 불만족 사유로는 감축 여력의 부족, 배출권 구매 부담 증가, 신기술 부재, 배출권시장의 불안정성 등을 꼽았다.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40.8%에 달했다.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20.4%에 그쳤다.

2017년 7억910만t에 달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3600만t으로 줄이는 내용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수정 로드맵'이 실현 가능할지 묻는 질문엔 64.3%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로드맵이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응답은 88.7%로 높게 나타났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ㆍ양자공학과 교수는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기업은 탄소저감 장치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 배출권을 사서 단기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배출권 가격은 계속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출권거래 가격 해마다 급상승…업계 "속도조절" 호소 원본보기 아이콘

◆유상할당 배출권 구매 부담= 내년부터 5년간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기간'에도 배출권 거래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1개 유상할당 업종의 유상할당 비율은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3%에서 10%로 뛰었다. 유상할당 업종은 정부가 별도로 빼놓은 유상할당 계정을 해마다 부여받으며, 매달 둘째 주 수요일에 열리는 경매 결과에 따라 돈을 주고 유상할당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이 연 배출 할당량이 최대 100t으로 책정돼도 무상할당 업종인 기업 A사가 100t만 배출하면 시장에서 추가 비용을 들여 배출권을 살 필요가 없지만, 유상할당 업종인 B사는 90t만 배출하고 나머지 10t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추가로 생기는 것이다. 만약 할당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뒤 배출권을 구매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에 따라 전년도 평균 시세의 최대 3배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탄소 다배출 기업이 부담을 더 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라는 정책 논리가 작용할 수 있지만, 이 기업들이 그린수소와 CCUS(탄소 포집ㆍ저장ㆍ활용기술) 설비를 구비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얼마나 재정에 큰 손해를 끼칠지 정부가 세심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국내 CCUS 기술은 이제 막 실증 사업을 진행하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배출권거래 가격 해마다 급상승…업계 "속도조절" 호소 원본보기 아이콘


◆업계 "배출권 가격이 제품가의 50%… 너무 과중"= 최근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정책에 탄소감축 목표치가 늘어나면 향후 배출권 거래가격은 더욱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요구 수준이 단기간 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이를 감안한 설비 투자가 버거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푸념이 나온다. 정부의 온실가스 할당량 감축 속도, 유상할당 비율 상승 폭도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제품 판매가격(1t당 6만원대) 대비 배출권가격이 약 50%에 달하는 업종"이라며 "이 '50%'는 산업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원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배출권 가격이 계속 오르면 향후 핵심 제품 생산량을 어쩔 수 없이 줄여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민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배출권 가격이 비싸지면 절감한 기업이 유리해지는 게 사실이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배출권 총량을 줄여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에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AD

전문가들은 ▲대기업도 수소환원제철기술 등 탄소저감 신기술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대상에 포함 ▲개별기업 온실가스 할당량 감축 속도 완화 ▲전기요금 개편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에 대한 간접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원자력 등 탄소배출을 덜 하는 에너지를 구매해 온실가스를 저감했을 경우 이를 배출권으로 환산해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언하기도 한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