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국민의힘, 숙주가 돼서는 안 된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박상병(정치평론가)


내년 4월 7일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랫동안 지루하고도 불편했던 '추ㆍ윤(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도 대충 정리되는 분위기다. 고위공직자수사처 출범이라는 중요 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검찰개혁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이미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청와대와 여권 입장에서는 국면전환이 불가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빠른 사과의 배경이다. 이와 동시에 얼마 남지 않은 보궐선거 정국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저변에 흐르고 있는 민심을 읽을 수 있으며, 대선의 핵심 승부처인 서울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비록 지지율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반등의 기회를 만들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인재풀도 상대적으로 좋다. 문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거친 민심에 힘입어 당 지지율이 오르긴 했지만 무엇 하나 내놓을 것이 없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도 벌써 8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말이 비상(非常)이지 비상이 일상이 돼버린 듯 활력도, 절박함도 찾기 어렵다. '창조적 파괴'는커녕 구태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로 봐야 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의 서울시장 선거와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민심은 이미 국민의힘을 떠나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대선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 물론 앞으론 바뀌겠지만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이 받아든 8개월째의 민심이 이렇다면 보통 위기가 아니다. 명색이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 총장은 물론 안 대표와도 손을 잡고 이른바 '반문연대'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이 '숙주(宿主)'가 되더라도 주변의 것들을 키워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접을 것은 접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숙주당'이 되는 순간 야권 지지층은 표가 아니라 돌을 던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라고 지난 총선에서 103석을 준 것이 아니었다. 또 그러라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지루하리만큼 오래 기다려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숙주당의 비극'을 따져보는 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총선 참패 뒤 비대위 체제까지 거쳤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 그로부터 1년 후의 대선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그런 무능한 정당에게 집권당의 영예를 안겨줄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은커녕 어쩌면 당장 당을 해체하라는 원성이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D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지금부터라도 내부의 새로운 인재들을 대거 무대 위로 초청해 격전을 기획하는 대담한 도전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단순히 여론에 기대는 방식의 '경선 룰'은 당내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구태에 찌든 명망가들의 복귀를 용이하게 할 뿐이다. 책임당원들로 하여금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귀로 듣고 또 그들의 손으로 당의 미래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설사 서울시장 보선에 실패하더라도 제1야당으로서 살아날 것이며, 차기 대선도 그 연장선에서 준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벌써부터 '빅텐트'나 '제3지대 원샷'을 언급 하는 것은 스스로 무능한 정당임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1야당의 위상을 만들어 준 국민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