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新 송년회 풍경…아는 사람끼리라 괜찮다고요?
밤 9시 이후 가게 문닫자…'숙박업소·파티룸' 발걸음
흥청망청 송년회보단 낫다해도 '무증상 감염' 우려 여전
'랜선 송년회'도 대안으로 부상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김수환 기자, 류태민 기자] 'OO모텔 302호'. 직장인 김선호씨는 최근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음식점이 밤 9시에 문을 닫자 동창회 2차 장소로 모텔을 잡았다는 안내였다. 김씨는 "집에서 기다릴 아내와 딸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 년에 한 번 모이는 동창회라 거절할 수 없었다"며 "사람 많은 식당이나 클럽도 아니고 우리끼리 소규모로 모이는 것이니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회식이나 송년모임을 아예 계획하지 않거나 취소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됐지만, 유흥가를 피해 독립된 공간에서 연말 회포를 풀려는 사람들도 흔히 보인다. 대표적으로 모텔이나 펜션을 잡는 경우가 많고 이런 수요를 흡수하려는 '파티룸' 영업도 성행하고 있다. 흥청망청 송년회보다는 낫다는 의견이 있지만 어쨌든 사람이 모이는 만큼 방역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지난 12일 오후 3시께 영종도를 향하는 공항철도, 대학생 6명이 양손에 음식이 담긴 봉투를 들고 탑승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영종도의 한 펜션에서 송년모임을 한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씨는 "학교 주변 술집은 일찍 문을 닫고 손님도 많아 감염 우려가 높지 않냐"며 "이틀 내내 펜션 방 안에 우리끼리 머물 거라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날 밤 신촌의 한 파티룸에서도 20대 청년 6명이 모여 음주가무가 한창이었다. 매년 열리는 고등학교 송년 동창회를 취소하기 아쉬워 이날 하루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파티룸을 빌렸다고 했다. 정모(27)씨는 "우리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파티룸 송년회를 많이들 한다"며 "소수의 인원끼리 조용하게 연말을 보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파티룸은 숙박시설이 내부 방 몇 개를 용도에 맞게 꾸며 영업하거나 아예 파티룸 전문 매장인 경우가 있다. 노래방 기기나 게임기, 포토존 등을 갖춰 놓는다. 한 파티룸 운영자는 "지난해 송년회 시즌보다 예약 건수는 수십 건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집에서 지인을 초대해 송년모임을 하는 홈파티도 인기다.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주말 경기 남양주 자신의 아파트로 친구들을 불러 모임을 했다. 대학생 이모씨도 "친구 부모님이 주말 집을 비우셔서 그곳에서 친구들과 송년파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무증상 감염' 우려가 큰 만큼 소규모라도 대면모임 자체를 자제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특정 다수와 접촉 없이 모일 수 있다는 점에 안심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음식점에서 송년회를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며 "소규모 모임이라도 인원 중 감염자가 있다면 집단감염 가능성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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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비대면(언택트) 송년회는 좋은 대안으로 꼽힌다. 직장인 송현준씨는 연말 친구들과 '줌'을 이용해 랜선으로 만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각자 집에서 음식과 주류를 마련해 잠옷 차림으로 컴퓨터 앞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 방송 BJ들이 랜선 회식을 하는 것을 보고 지난 가을부터 이런 모임을 여러 차례 해 익숙하다고 했다. 몇 달 전 결혼식을 올린 홍모씨도 다음 주 지인들과 랜선 집들이를 계획 중이다. 미리 영상을 찍어 신혼집을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각자 방에서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 계획이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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