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계대출 증가는 은행탓?…은행은 죄인인가요
정책적 '삐끗'이 은행권을 향한 책임 전가로 이어지지 않기를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예금을 받아 그 돈을 자금으로 대출, 어음 거래, 증권의 인수 따위를 업무로 하는 금융 기관. 은행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실제로도 그럴까.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예금이자가 0%대로 떨어져 은행은 예금을 유치하기가 더 힘들어졌고, 갈수록 강해지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 마저 눈치를 보며 하고 있다. 계속된 규제에 은행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30일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은행권은 14일부터 추가 규제에 들어갔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불러모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매매ㆍ전셋값 급등으로 인한 일반 가계의 긴급자금 수요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제어 실패로 인한 가계 소득 감소와 이에따른 생활자금 부족 등 가계대출 증가 원인은 뚜렷하다. 하지만 빚투(빚내서투자)ㆍ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놀란 금융당국은 대출총량론을 앞세워 은행권을 비틀고 있다. 마치 가계대출 증가 책임을 정부정책의 실패가 아닌 은행권의 대출 관리 실패로 돌리는 모양새다.
본연의 업무를 하다가 큰 잘못을 한 죄인이 되버린 은행은 난감하다.
이자이익 비중이 총이익의 50~60%인 해외 은행들과는 달리 국내 은행들은 이자이익이 총이익의 80%를 넘어서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출규제는 은행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
전통적인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 창출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입 등을 통한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려 해도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규제한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쉽지 않다. 영업점 통폐합으로 운영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도 은행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은행 점포의 폐쇄를 자제하라는 감독당국의 지시에 발이 묶여 있다.
가뜩이나 금융업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는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고 있는 은행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 압박을 견디며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금융리스크가 커지면 비난의 화살은 또 다시 은행권을 겨냥하게 될 것이다. 정책적 '삐끗'이 은행권을 향한 책임 전가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