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 간 출돌 양상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전격적인 직무정지 처분 이후 법원의 직무정지 집행정지 인용 결정, 감찰위원회의 감찰부당 결과를 거쳐 검사 징계위원회 개최가 목전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주말 검사징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10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 설령 중징계가 내려진다 해도 윤 총장은 멈추지 않을 기세다.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신청과 취소소송을 제기할 경우, 2년이 지나서야 결론이 나온다.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 만료가 법원 결정보다 빠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 속내도 복잡하다. 여당은 윤 총장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려다가 악수를 뒀다. 추 장관 타임스케줄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추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며 윤 총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 같다. 윤 총장이 경위 파악 등으로 주말을 넘기면 감찰위원회ㆍ징계위원회로 몰아쳐 쉽게 승기를 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자회견 당일 밤 윤 총장은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야당은 현 상황을 틈타 정부 여당 비판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여당을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야당 소속이 아니고 더구나 야당에는 윤 총장에게 수사를 받아 앙금이 남아있는 사람도 많다. 특히 윤 총장이 뜨면 뜰수록 야당의 대선주자는 점점 쪼그라든다. 내년 4월 재ㆍ보궐 선거가 끝나면 슬슬 대선주자들이 몸을 풀어야 하는데, 윤 총장의 임기가 계속되는 7월까지 모든 이슈가 윤 총장에 쏠리게 생겼다. 야당 주자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추 장관과 윤 총장에 대해 나오는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누가 더 나쁜지, 누가 더 잘못하는지 경쟁적으로 보도된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치주의 관점에서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예를 들면 그동안 한 몸인 줄 알았던 법무부와 검찰이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다는 점은 새삼 놀랍다. 체계 상 법무부가 위에 있지만 검찰의 반격이 만만치 않고 오히려 법무부가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흥미롭다. 위에서 찍어 누르고, 적당하게 순응하던, 과거 정권에서의 모습과 다르다. 우리 민주주의는 이만큼 발전했다.
추 장관은 법조계에 '이런 것도 있다'는 면을 제대로 보여줬다. 사문화 됐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위원회 회부 등 검찰에 대한 '법에 따른' 통제가 현실화 됐다. 그러한 조치가 정당하든 부당하든, 법원도 강조한 '민주적 통제'라는 단어는, 모든 국민이 아는 범용어가 됐다. 앞으로 검찰총장이 누가되든 자신의 권한을 사용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과거 채동욱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있자 사표를 던졌다. 다른 검찰총장들도 정부 여당이 고개를 저으면 옷을 벗었다. 그러나 윤 총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지키겠다며 각종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옳든 그르든 윤 총장의 태도는 검찰의 방향성에 시사점을 준다. 정부 여당 또한 검찰총장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어떤 결과를 낳든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성숙해질 것이다.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 검찰독립, 임기보장 등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개념에 익숙해지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해 볼 계기가 될 수 있다. 바라건대 지금 안 싸우면 언젠가 같은 문제로 또 싸울, 죽도 밥도 아닌 상태가 될 것이니 이번 기회에 좀 더 힘을 내 열심히 싸워주기 바란다. 다만 국민적 피로감도 엄청나니 결론은 신속하게 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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