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LO협약 비준 위한 노조법 강행, '자충수' 될 수 있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부와 여당이 재계의 우려에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 관계 3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9일 오전 1시30분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조합법ㆍ공무원노조법ㆍ교원노조법을 의결했다. 심도 있는 논의는 고사하고 새벽을 틈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보유한 거대 여당의 파상공세에 야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의회 민주주의는 처참히 무너졌다.
노동 관계 3법 처리는 결사의 자유 보호(제87ㆍ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호)에 관한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기 위함이다. 고용노동부는 핵심 협약을 비준해 우리나라가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하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쟁점이 되는 87ㆍ98호 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 중국을 포함해 20개국 이상이다. 대기업 중심의 강성 귀족 노조 문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동단체 결성과 활동이 자유로워지면 기업 경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립적 노사 관계가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고용부 노사누리시스템에 따르면 연도별 노사분규 건수는 2017년 101건, 2018년 134건, 지난해 141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노사분규 상황을 살펴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예년에 비해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 10월 19건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8.8%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법을 처리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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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 내에 공을 세우기 위해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했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당정은 최근 '노동존중사회' 기조를 중심으로 정부의 국정과제나 공약 사항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 사태로 직면한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걱정했다면 청년 실업 해결, 고용시장 개선 등 민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법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했다. 여당의 입법 독주가 계속된다면 향후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정국 경색은 심화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정당성을 잃어버리면 민심은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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