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이 '광복절 집회' 탓?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 확산세 이유는 3달 전 '광복절 집회' 영향
"정치 방역이냐", "조상 탓까지 하라" 비난 빗발
전문가 "근거 없는 진단 방역에 도움 안 돼"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이유로 지난 8월15일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가 강행한 '광복절 집회'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집회를 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련해서는 명확한 감염 고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보수진영 측에 그 책임이 쏠리게 하려는 취지 아니냐는 비판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과학적 근거 없이 특정 집단과 코로나 확산을 연관 짓는 것은 국가 방역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19일 서울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8일 만에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에 대해 "지난 8월 광복절 집회와 관련된 집단감염 이후 지역 사회에 남은 잔존감염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확진자들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분석한 결과 핼러윈데이나 (민주노총) 도심 집회와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8~9월 큰 집단감염 이후 지역 사회에 남은 잔존감염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소규모·다발성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통제관은 또 "최근 확진자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핼러윈데이 등과 실질적)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분석을 두고 납득할 수 없는 진단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일부는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데다, 광복절 집회와 이번 재확산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6일부터 19일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 2604명 가운데, 언제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알지 못하는 '감염경로 불명' 환자 비율은 411명으로, 15.8%를 차지했다. 누적된 감염 불분명 환자는 35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 증가가 보여주듯이, 지금은 코로나19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그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장 14일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핼러윈데이와 집회 관련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서울시의 이 같은 분석은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규모 집단감염 경로를 추적하지 못하는 건 방역당국의 책임인데, 과학적 근거도 없이 광복절 집회 후 세 달이나 지나서 재확산세의 원인이라니, 과학의 자리에 정치가 자리 잡았나. 계속 거슬러가 조상 탓까지 하지 그러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지역 내 소규모 집단감염을 증가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는 마당에 유독 서울시는 3개월이 넘은 집회를 원인으로 억측하며 이런저런 해석을 하고 있다"며 "광화문 집회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공공기관인 서울시가 이상한 해석을 하며 특정 집회를 원흉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마녀사냥"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서울시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8~9월 당시 집단감염의 여파로 지역사회에서 찾아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들이 남아있었고, 최근 이러한 잔존감염들이 소규모 집단 감염으로 나타나고 있어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며 "광복절 집회 때문에 확진자가 증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내 확산세가 심각한 엄중한 상황에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으로 자칫 방역 전반에 대한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는 과학적 근거 없이 특정 집단과 코로나 확산을 연관 짓는 것은 방역의 신뢰를 깨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개월 전, 거의 100일 전 광화문 집회를 이제 와서 꺼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런 판단을 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과학적 근거가 하나도 없다. 엄중한 상황에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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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가 현재 우리나라, 전 세계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듯 8월 광화문 집회가 이번 확산에 영향을 아예 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최근 집회와 핼러윈데이 등의 여파를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다짜고짜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고 특정 모임에 대해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의 화살을 돌려선 안 된다. 방역의 신뢰를 깨트리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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