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故 전태일 열사에 최고훈장 무궁화장 추서…"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1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 이날 고(故) 전태일 열사는 노동계 인사 최초로 최고훈장인 무궁화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 가족과 친구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무궁화장 추서 행사를 진행했다.

평화시장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13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인물이다.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한국사회에 노동의 가치와 인권의 소중함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산화한지 5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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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는 1970년대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았다. 문 대통령이 존경하는 인물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인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은 1980년대 이후 한국 노동·인권 운동, 학생운동을 경험한 이들의 필독서이다. 전태일 열사가 세상을 등지기 전에 왜 대학생을 찾았는지,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고자 했는지 그 의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꺼내는 것 자체가 불온한 행위로 취급됐다. 하지만 1970년 그날 이후 50년이 지난 상황에서 전태일 열사와 관계된 인물이 청와대로 초청돼 훈장을 받을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그날, 22살의 전태일 열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이소선 여사에게 남긴 말은 '내가 못 다 이룬 일 어머니가 이뤄주세요'였다"면서 "50년이 흘렀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최고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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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 추서식 이후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의 유족인 전태삼씨(첫째 동생), 전순옥씨(둘째 동생), 전태리씨(셋째 동생), 전태일 열사의 친구이자 ‘삼동친목회’ 동지 최종인씨, 이승철씨, 임현재씨, 김영문씨,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과 환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다. 50년 걸렸다"면서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지난 6·10 기념식 때 모란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독학하다가 어려운 국한문혼용체에 한탄하며) ‘나에게 근로기준법을 가르쳐 줄 대학생 친구 한 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면서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에 저는 고3이었다.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나중에 노동변호사가 됐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낀다. 군사정권에서 끊어졌던 노동운동이 전태일 열사를 통해 되살아났다.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면서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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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동친목회’ 친구인 최종인씨는 "태일이는 가장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정의롭게 일하던 친구들의 리더였다. 그날 평화시장 국민은행 옆에서 태일이가 불덩어리가 됐을 때 옆에 있었다. 근로기준법에 불을 붙이며 태일이가 외쳤다"면서 "우리들은 70이 넘었다. 그동안 전태일기념관 하나가 꿈이었는데, 지난해 청계천상가에 세워졌다. (오늘 훈장 추서까지 더해)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승철씨는 "태일이가 참 보고 싶다. 분신항거 50년을 맞아 (훈장 추서가)너무 벅차다. 태일이를 지금 만나면 ‘너는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 가족들도 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50년 전 전태일 열사의 물음에 한국사회는 제대로 응답했을까. 문 대통령은 이수호 이사장의 "(전태일 열사는)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라고 답변했다.


한국사회 현실이 조금씩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런 말을 끝으로 환담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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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 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아까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얘기했는데, 분신 후 수없이 많은 전태일이 살아났다. 노동존중 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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