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勝]뼛속까지 외교전문가…트럼프 시대 흔들린 '동맹'부터 복원(종합)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각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이 돌아왔다. 우리를 믿어달라'고 말하는 일이다.(워싱턴포스트(WP))"
뼛속까지 외교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 후보는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식 외교로 손상됐던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줄줄이 탈퇴한 다자조약에 복귀함으로써 글로벌 다자협력체계를 재구축하고 전 세계에 미국의 리더십을 과시할 것이란 관측이다.
"취임일 파리협정부터 재가입" 다자조약 복귀 선언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앞서 11·3 대선 개표과정에서 승기를 잡자마자 "77일 안에 협정에 다시 가입할 것"이라고 파리기후변화협정 복귀를 공식화했다. 그가 말한 77일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20일까지 남은 시간이다. 국제사회 리더로서 미국의 역할과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선언한 셈이다. 파리기후협정은 2015년 미국 주도로 타결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다섯달만에 탈퇴를 선언, 지난 4일자로 탈퇴가 발효됐다. 바이든 후보가 재가입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기후협정 사무국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30일 뒤 공식 복귀가 이뤄진다.
바이든 후보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재가입 의사를 밝혀왔다. 이란의 복귀를 전제로 이란핵협정(JCPOA)에 복귀할 가능성도 높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난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오랜기간 지지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다자조약은 TPP 외에도 유네스코, 이란핵협정, 유엔인권이사회,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항공자유화조약(OST),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있다. 이중 상당수가 탈퇴절차가 마무리됐고 일부는 통보 후 진행 중에 있다.
다자주의자로 평가되는 바이든 후보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식 행보가 미국의 리더십과 국익을 훼손한다고 비판해왔다. 주요 외신들은 공동선언문이 발표되기 어려울 정도로 불협화음에 시달렸던 트럼프 시대와 달리, 바이든 시대에서는 동맹 관계가 복원되며 국가 간 마찰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다자조약 복귀는 지난 4년간 틀어졌던 주요국들과의 동맹 관계를 재정립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발 고립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은 2018년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회의다. 굳은 표정으로 탁자를 짚고 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미간을 찌푸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이 팔짱을 낀 채 앉아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한 이 사진은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G7의 균열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현지 언론들은 "다자주의, 기후변화, 국제무역, NATO 등 주요 이슈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국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대서양 동맹'이 복원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EU와 미국은 친구이자 동맹이며 우리 시민들은 가장 깊은 유대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직면한 긴급한 도전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다자주의, 기후변화, 국제 무역은 유럽이 함께 해결하기를 바라는 도전 중 일부”라고 언급했다.
다자무역협정 재추진과 함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화약고' 중동 정세에도 변화 예상…러시아·중국 견제
바이든 후보가 취임하게 될 경우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정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시대와 확연하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현안은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5월 이란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후 이란의 제재 수위를 높여왔다. 또한 이란과 맞서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하며 양측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외교적 해법을 중심으로 중동 현안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미 상원에서 오랜기간 외교위원으로 활동해온 '외교통'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 이란정책을 '위험한 실패'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오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복귀를 전제로 이란핵협정에 복귀하고 대이란 제재를 완화할 경우 중동 정세의 긴장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노골적인 친 이스라엘 정책을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중동의 오랜 난제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에 이스라엘은 침묵했고 팔레스타인은 환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으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얻었던 곳"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후보가 예루살렘에 세워진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의 대화를 모색해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인도적 지원도 복원될 전망이다. 앞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이후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해왔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선택적 압박이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대중 관세폭탄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지만, 중국과의 불공정무역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해왔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무역전쟁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주요 외신들은 바이든 후보가 한국, 일본, 호주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우방국과의 연대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한 환경, 인권 등의 문제에 더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중국해 영토 분쟁이나 홍콩의 인권·민주주의 탄압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동시, 다자협력이 필요한 현안에서는 외교의 폭을 넓힐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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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는 NATO회원국 등 대서양 동맹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해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을 저지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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