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3%룰이 선의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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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뜨거운 쟁점 중 하나는 '3%룰'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기업규제 3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가운데 상법 개정안에서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은 감사를 선임할 때에만 3%룰을 적용하는데 앞으로 감사위원에까지 확대 적용하면, 대기업들이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3%룰은 과연 합당할까.


3%룰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회사의 지배주주가 주식의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1962년에 도입됐다. 당시에는 주식 거래가 많지 않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증시가 활성화 되고 소액주주가 많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소액주주 지분은 크게 늘었지만 정작 이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서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경우가 잦아지자 1991년에는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만들어졌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섀도보팅이 대주주의 정족수 확보를 위해 남용되고 주총을 형식화한다는 지적에 2017년 12월 폐지됐다.

그러자 다시 주총 대란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2029개 가운데 올해 정기 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된 회사는 16.8%(340개)나 됐다. 2018년 3.7%, 지난해 9.4%였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많아졌다. 기업들은 주총 시즌마다 의결권 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직원들이 일일이 소액주주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의결권 위임을 대행하는 업체들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러고도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중소 상장사들은 매년 닥치는 주총이 공포가 됐다.


더 큰 문제는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투기자본은 3%룰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대표적인 것이 지분 쪼개기다. 과거 소버린이 SK를 공격할 당시 보유 지분 14.99%를 펀드 5개로 쪼갰다. 실제 지분 14.99%를 모두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이런 방법을 택할 수 없다. 지분이 30%건, 40%건 감사 선임에서는 3%만 의결권을 행사한다.

'2대주주에게 감사나 사외이사 정도는 줘도 되지 않느냐'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각종 경영 기밀을 다루고 결정하는 이사회에 '스파이 이사'가 침입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업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은 물론, 기술 탈취 시도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 기업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기업의 기술을 빼내려고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표적이 될 수 있다.


3%룰은 소액주주 보호라는 좋은 의도에서 도입됐다. 이 선의의 밑바탕에는 '소액주주=약자' 또는 '대주주=기득권'이라는 등식이 깔려 있다. 과거에 기업 경영이 투명하지 않을 때에는 어느 정도 합당했다. 1962년에는 말이다. 2020년 현재까지도 공명정대할까. 많은 소액주주는 배당수익이나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만 추구한다. 일부 소액주주는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과 이를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관심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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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차익만 좇는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성 자본에 기업은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기업의 생사나 직원들의 고용 문제 등은 안중에 없다. 멀쩡한 기업을 구조조정해서 팔고, 때로는 망가뜨리기도 한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3%룰이 필요하다면, 건전한 대주주가 악랄한 투기자본으로부터 보호받도록 하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도 있어야 한다. 기업은 누가 보호하고, 성장시킬 것인가. 국회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영주 자본시장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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