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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수거 손수레, 인도로 다녀도 되지 않나요 [한기자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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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수거 노인들 잇따라 차에 치여 숨져
손수레 차로 분류, 차도 아닌 보도로 다니면 범칙금
국회, 사태 심각성 인지 2017년 개정안 발의했으나 계류 중

서울 중구 을지로 한 사거리에서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실은 노인이 힘겹게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울 중구 을지로 한 사거리에서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실은 노인이 힘겹게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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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폐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연이어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폐지 수거에 이용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 인도로 다닐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노인들은 도로 주변에서 폐지를 줍고 또 이동하다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는 법 개정안은 이미 2017년 국회에 발의됐으나 3년째 상임위 계류 중이다.

27일 인천 부평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46분께 부평구 산곡동 한 도로에서 40대 남성 A씨가 몰던 승용차가 폐지 수집용 손수레를 끌던 80대 여성 B 씨를 치었다. 이 사고로 B씨가 크게 다쳐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승용차는 편도 3차로 도로의 3차로를 달리던 중 가로등을 들이받고 B 씨의 손수레를 충격한 뒤 전봇대와 충돌해 뒤집혔다. B씨가 끌던 손수레는 사고 당시 도로 위에서 차량과 마주 보며 이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7월 새벽 서울 관악구의 한 횡단도로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던 C(74)씨가 차에 치여 숨졌다. C 씨 역시 새벽에 파지를 줍기 위해 돌아다니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일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도로에서는 갓길을 따라 이동 중이던 폐지 수거하던 70대 여성이 만취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에 치여 숨졌다.


서울 한 번화가 사거리에 폐지가 담긴 손수레가 놓여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울 한 번화가 사거리에 폐지가 담긴 손수레가 놓여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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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안전사고 위험 인지는 하고 있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서 만난 한 70대 노인은 "당연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폐지로 먹고살고 있는데 당장 눈앞에 폐지가 있는데 어떻게 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폐지 수거 60대 중반 노인 역시 "차들이 알아서 좀 피해주고 하지만, 위험하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폐지 줍는 것 역시 일찍 일어나서 여기저기 다녀야 많이 주울 수 있다"면서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차도가 아닌 인도로 폐지 수거 노인들이 다닐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3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 도로 주변에 놓인 쓰레기 등 폐지를 줍다 보니 아무래도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많은 것 같다"라면서 "인도로 다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행자들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많은 거로 알고 있다"면서 "인도로 다닐 수 있으면 그분들이나 보행자들이 좀 불편할 수 있어도, 적어도 차에 치이는 사고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현재 폐지 줍기에 이용되는 손수레는 현행법(도로교통법 2조17호)에 따라 차로 분류한다. 차도가 아닌 보도로 다닐 경우 불법으로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유모차와 전동휠체어만 예외적으로 보도로 가는 것이 허용된다.


주로 한밤이나 새벽에 느린 속도로 무거운 수레를 끌다 보니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서울에서 2016∼2018년 3년간 발생한 폐지수집 노인의 교통사고 사망 사고는 총 19건에 달한다.


한 70대 노인이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싣고 위태롭게 차도를 가로질러 건너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한 70대 노인이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싣고 위태롭게 차도를 가로질러 건너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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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심각성을 인지 지난 2017년 관련 법 개정에 나섰지만, 손수레 규격 기준 등 문제로 현재 상임위 계류 중이다.


개정안 취지를 보면 손수레가 지금처럼 차도로 다닐 경우와 인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상황을 따져 관련 법을 수정하려고 했다. 인도로 수레가 다닐 경우 통행 방해 등 일어날 수 있지만, 차도로 다니면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것에 비하면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당시 국회 상임위에 올라온 개정안 취지를 보면 "수레의 보도 통행을 허용할 경우 보행자의 불편을 유발하거나 경미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인 데 반해, 현재와 같이 원칙적으로 손수레를 차도로 통행하도록 하는 것은 자동차가 많은 도로에서의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손수레 사용자와 자동차 운전자 모두에게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어 왔다"면서 "손수레는 이 법에 따른 `차`에서 제외되도록 규정함으로써, 현행 규정의 현실 적합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지속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고를 일단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사회복지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이미 관련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 법 개정에 나선 바 있는 시급한 문제다"라면서 "일단 지자체별로 안전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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