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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또 쓰러집니다" 잇따른 택배 노동자 사망, 해법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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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택배 노동자 13명, 과로로 숨져
노동계 "택배회사, 노동환경 개선책 내놓아야"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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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 "저 너무 힘들어요."


최근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나 생활고로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택배 근로 현장의 열악한 환경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만 13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생을 마감하면서 택배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택배 노동자들은 이른바 '까대기'라고 불리는 물품 분류작업에만 하루 7~8시간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별도 수당이 없어 이들은 "'공짜 노동'을 철폐해달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오직 배송이 이뤄지는 택배 물량만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하루의 절반 정도를 무급으로 작업하는 셈이다. 노동계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한 택배기사 A(50) 씨가 생활고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부산 강서지점과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고 택배 일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유서를 통해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택배 일을 시작했고, 자동차 할부금 등을 내고 나면 월수입이 2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등 각종 생활고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억울하다. 우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 구입에, 전용 번호판까지 (준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200만 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200만 원도 못 버는) 이런 구역은 소장을 모집하면 안 되는데도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했다. 또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 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고, 20여 명의 소장을 30분 일찍 나오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일에도 한진택배에서 근무하던 B(36)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 하루 400여 개에 달하는 물량을 배정받아 배송업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8일 오전 4시28분 메시지를 통해 "오늘 420개 들고 나왔다. 280개 들고 다 치지도 못하고 가고 있다"면서 "중간에 끊고 가려고 해도 재운 것도 많고 거의 큰 짐에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일한다는 게…"라고 호소했다. 이어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나와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한다"면서 "저 너무 힘들어요"라고 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공개한 한진택배 택배기사 A씨의 생전 문자. 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공개한 한진택배 택배기사 A씨의 생전 문자. 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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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사망을 두고 노조는 '과로사'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새벽 4시30분까지 배송하고 돌아가면서 동료에게 남긴 말"이라며 "처참한 택배 노동자의 현실 앞에 제발 누구라도 답을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한진택배 측은 지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입장이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B씨가 추석 연휴 전 주에 하루 200∼300개를 배송했고, 한진택배 노동자가 200개를 배송하는 시간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300∼400개 물량을 소화하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택배기사의 과로 원인 중 하나로는 배송 시작 전 실시하는 '분류작업'이 꼽힌다. '분류작업'이란 기사가 택배를 운송하기 전 자신이 맡게 될 상품을 찾아내는 작업을 의미하며, 기사들은 이 작업을 소위 '까대기'라고 부른다.


택배기사들은 통상 오전 7시부터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1~2시까지 분류 작업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배송 건당 수수료만을 받기 때문에 5시간 이상 진행되는 분류 작업 시간에 대해서는 별다른 임금 보상이 없다. 즉, 분류작업을 몇 시간씩 해도 물품을 배송하지 않으면 수당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공짜 노동'이 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노동계에서는 택배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 형태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인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사업주의 암묵적인 강요로 인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산재보험 가입하지 못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은 업무 중 부상을 당해도 보상받을 수 없고, 근로시간 규제 또한 받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자 노동계 등은 택배회사들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하며, 과로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앞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주범, 재벌 택배사 규탄대회'를 열고 택배업체가 노동자 과로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숨진 한진택배 노동자는 숨지기 나흘 전 새벽 4시28분에 퇴근하며 '저 너무 힘들어요'라는 메시지를 동료에게 보냈다"며 "한진택배는 심야 배송에 대한 대책이나 과로사 재발 방지책 없이 면피용 사과문만 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석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살인적인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특히 분류작업에 대한 인원충원과 산재보험 등이 되지 않고 있다"며 "택배사들은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개선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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