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예산정책통이면서 복지감각까지 "국민 모두의 연금 만들 것"
8개월 긴 수장공백 메우기 집중
기재부 요직 두루 거친 예산통
국민이 바라는 변화 이끌지 관심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국민 누구나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국민 모두의 연금', 명실상부한 '국민연금'을 만들어 나가겠다."
사회 안전망의 근간이 되는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한 제도로 존립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 모두의 연금'을 강조한 것은 그래서다. 사회보장제도로서 최후의 보루이자 최전선에 서 있는 국민연금의 사회적·경제적 역할과 가치를 실현시켜가겠다는 의미여서다. 8개월간의 긴 수장 공백을 깨고 17대 이사장으로 등판한지 두달째. 기획예산처를 시작으로 기재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예산과 재정에 정통한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의 그가 취임하면서 조직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제일 자신있는 것은 '기본 틀'을 깨는 것이다. 국가·사회·정부 시스템을 바꿔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제도를 위해 힘쓰겠다." 30년 넘는 중앙부처 공직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 변화를 주도했던 터라 그의 다짐은 700조원 규모의 기금 적립액을 다루는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혁신을 재촉하고 있다.
시골 출신 '윤리 교사' 기재부 차관 오르다
관가에서는 김 이사장을 "보건복지부 공무원보다 사회복지를 더 잘 안다"고 평가한다. 기재부 시절 사회기금과장으로 근무하며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복지노동예산과장, 사회예산심의관 등을 두루 거친 이력 때문이다. 예산정책 전문가이자 복지에 대한 깊은 이해력까지 갖춘 셈이다.
김 이사장의 첫 사회생활은 뜻밖에도 '윤리 선생님'이었다. 성균관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1985년 서울시 고교 교원 합동 공채시험에 합격해 서울 동성고에 부임했다. 교사 시절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철학이론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등 철학 고전 100권을 탐독했다. 교사생활도 보람 있었지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행정고시 준비를 병행하던 그는 1986년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 생활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교육부를 거쳐 기획예산처(현 기재부)로 스카우트 된 그는 재정기준과장, 대외경제국장, 공공혁신기획관, 대변인 등을 지냈고 2017년 제2차관에 임명되면서 '예산통'으로 인정받는다. 기재부 2차관에 임명되기 전에는 1년여간 한국동서발전 사장을 맡기도 했다.
인간미·책임감 넘치는 상사…자신에게는 가혹
기재부 관계자는 김 이사장을 '인간미 넘치는 상사'로 기억한다. 2018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의 '한부모시설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사업' 예산을 전액 감액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의 주장에 반박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미혼모 시설을 방문했을 때 공통 현상은 한부모 시설에 있던 아이가 나중에는 결국 고아원에 간다는 것"이라면서 울먹여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평소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김 이사장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기재부 대변인 시절에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당시 국립국어원에서 정부 보도자료를 기관별로 평가한 결과 기재부가 꼴찌를 하자 외부강사 강연을 열어 변화를 시도했다. 당구 500에 주량도 세서 주변인들로부터 '잘 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한 없이 가혹하다.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실무위원으로 파견됐을 당시 아버지가 위독한 상황이었지만 정부조직 개편안 관련 작업을 마친 뒤에야 병실을 찾았다.
국민이 바라는 연금 제도 개편 이룰 것
전문성과 인간미를 두루 갖춘 그이지만 국민연금은 현재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기금 고갈 우려로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지만 국민을 설득시키는 일이 만만치 않다. 노후 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국민이 내는 보험료를 높이거나 혜택을 줄여야 하는데 사회적 반발이 큰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 "국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는 정확히 알리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국민이 바라는 제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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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김 이시장은 "현재 700조원이 넘는 기금 적립액은 2024년 1000조원에 달해 앞으로 10년간은 유동성 부담 없이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대체투자와 해외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등 투자 대상, 지역, 방식을 다변화해 수익률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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