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에 무지한 사람 핍박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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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아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된 시민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헌법의 무죄 추정원칙에 부합한 판결"이란 평가가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3단독 구창모 부장판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그 대가로 대출 원리금 자동납부를 직접 처리해주겠다'는 대출 업체 제안에 체크카드를 대여해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체크카드를 보냈지만 대출금은커녕 연결 계좌에 수상한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거래정지 조치했다. 알고 보니 A씨와 접촉한 이들은 보이스피싱 일당들이었던 것이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과 접촉한 이가 보이스피싱 일당인지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A씨가 대가를 약속받고 접근 매체(체크카드)를 대여해준 것이라 보고 A씨에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체크카드를 주고받은 행위가 법이 금지한 '대가성 있는 대여'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납부 카드 등록 방식으로만 대출이 가능한데, 그것을 하려면 피고인 체크카드를 미리 보내야 한다'는 꾐에 넘어간 것이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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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대출해주겠다는 다른 누군가를 끝까지 의심하지 않은 게 그의 죄인가"라고 반문하며 "법은 원래부터 사악한 자를 처벌하고자 할 뿐 무지하거나 무구한 사람을 핍박하고자 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사건에서 국가가 피고인을 벌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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