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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뉴트로 다시 태어나는 나의 그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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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뉴트로 다시 태어나는 나의 그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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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면 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 과연 지난해에 무엇을 입었을까?

그릇장을 열어보니 쓸만한 접시나 컵이 또 없다. 과연 지금까지 어떤 그릇에 음식을 담아냈을까?

버리기에는 아깝고 쓰자니 유행이 지난 것 같아 버리지도 쓰지도 못해 쌓여가는 물건들로 옷장도 그릇장도 늘 붐비고 있다.


특히나 직업병으로 다른건 버려도 그릇장에 쌓인 그릇들은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한다. 그릇 하나하나에 지난 시간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이가 살짝 나간 접시도 누렇게 변한 컵도 나에게는 모두 소중하다.

한 때는 상에 올려 두기만 해도 빛이 났는데 아직 상한 곳 하나없이 깨끗하지만 지금은 구석진 그릇장에 조용히 쌓여 있는 그릇들이 있다. 결혼할 때 유일하게 큰돈을 들여 구입한 8인용 그릇 풀세트이다.


그때는 혼수용품이라면 마땅히 구입해야 할 양대 산맥의 도자기 회사가 있었다. 지금은 값싼 중국산 그릇들과 고가의 유럽산 제품 사이에서 고전을 하며 우리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만 말이다. 혼수용품과 그에 준하는 특별한 선물들은 라이벌관계인 이들 도자기회사의 제품들을 구입하였다.


해마다 새로운 패턴의 그릇들이 나왔고 어느 회사의 패턴이 혼수용품으로 선택을 받을지가 이슈였다. 비슷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친구들의 집들이에 가보면 그릇만 보아도 대략 언제쯤 그릇을 구매 했는지 알 수 있을만큼 일반적이었다. 그 중에는 엄마가 첫째 언니 시집갈 때 주려고 미리 미리 준비했다가 언니가 결혼이 늦어지면 먼저 결혼하는 막내 동생에게 넘어와 다소 유행이 지난 그릇들이 있어 웃게 되는 일들도 있었다. 혼수용품은 그 도자기회사들의 신상 중에 신상으로 구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핫했던 그릇들도 지금은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긴다는 의미의 ‘뉴트로’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패션, 인테리어, 식품업계뿐 아니라 그릇들도 그렇다. 할머니, 어머니 찬장에서 버려졌을 것 같은 그릇들이 빈티지, 레트로 감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의 그릇들도 뉴트로를 할 때인 것 같다. 라이벌이었던 토종 브랜드 도자기 회사들도 뉴트로로 거듭나 건승하기를 기원하며...구석진 곳에 있던 그릇들을 꺼내어 레스토랑 메뉴말고 경양식집 메뉴를 담아본다. 뻔한 질문과 답이 있는 경양식 주문놀이와 함께...


함박스텍 하시겠어요? 돈까스? 비후까스 하시겠어요?

빵으로 하시겠어요? 밥으로 하시겠어요?

스프는 크림 스프가 준비됩니다.

그리고 후식은 뭐가 있나요? 커피, 녹차, 콜라가 있어요.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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