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기업 '빈익빈 부익부'…금융위기 때보다 심해져
우량-비우량 회사채 스프레드 격차 금융위기 때보다 커져
대기업은 저금리로 자금조달 가능하지만
비우량 회사채 발행기업은 여전히 어려워
기업대출 대부분이 중소기업
중소기업 영원히 지원은 어려운데…금융권 경계감도 상승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기업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이나 우량기업들은 채권시장에서 순조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금리 대출도 손쉬워진 반면, 비우량·중소기업들은 갈수록 비싼 돈으로 돈을 빌려 겨우 연명하는 처지에 놓였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회사채 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우량물과 비우량물이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초기엔 채권시장이 일제히 출렁였지만,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엔 회사채 등급에 따라 디커플링(decouplingㆍ탈동조화)을 보였다는 얘기다.
우량-비우량 회사채 격차, 금융위기 때보다 크게 벌어져
국고채 3년물 대비 우량물(AA-등급 기준)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5월29일 76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 2일 60bp로 축소됐다. 반면 비우량물(A-등급 기준) 스프레드는 여전히 높다. 같은 기간 164bp에서 163bp로 움직여 거의 그대로였다.
우량물 회사채의 경우 채권시장 안정화 효과나 정책금리 인하 등의 효과를 얻고 있는 반면, 비우량물의 경우 회복이 더딘 셈이다.
우량물과 비우량물 회사채의 스프레드 격차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2008년 9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66%, 회사채 3년물(AA-) 금리는 7.19%였고, A- 금리는 7.5% 수준이었다. 비우량물과 우량물의 회사채 금리 차이가 31bp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9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92%, AA- 1.52%, A-는 2.55%로 우량물과 비우량물간 회사채 금리 차이가 거의 1%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 신용등급이 더 낮은 BBB+ 등급 회사채 금리 차이는 더 심하게 벌어졌다. 금융위기 당시엔 80bp 정도 차이였다면, 이제는 2.5%포인트 이상 금리차이가 벌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전반적인 금리가 낮아지긴 했지만, 우량물과 비우량물간 격차를 비교해보면 금리 차이는 훨씬 커진 것을 알 수 있다"며 "발행금리 자체는 낮아졌을지 몰라도 회사채 스프레드 격차 때문에 시장에서 과연 소화를 해 줄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정크본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특성상 비우량물까지 (정책의) 온기는 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로 연명…"영원히 버틸 순 없는데" 한숨
코로나19 확산 충격이 줄어들면서 전체 기업대출 증가폭은 줄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961조원으로 7월 말보다 5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 4월(27조9000억원), 5월(16조원)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체 기업 대출 증가 폭은 크지 않지만,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증가액(6조1000억원)만 따지면 집계 이래 최대 규모였다.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한 달 새 1000억원 줄었다.
중소기업들의 은행대출 여건도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출 신용위험 변동폭을 0으로 기준을 삼았을 때, 대기업 신용위험은 13으로 올랐지만 중소기업은 26까지 급등했다. 신용위험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 줄 때 느끼는 위험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금융위기 때엔 대기업에 대한 경계감이 급증한 뒤 빠르게 회복됐지만, 코로나19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은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무턱대고 대출을 늘려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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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코로나19 특성에서 찾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감염병이라는 특성상 대면서비스업종 타격이 크고, 이런 업종들일수록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아 열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은 코로나19가 해결돼야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고, 그렇지 않고선 대출만기를 미뤄주거나 이자지급을 유예해주는 수밖에 없는데 어려운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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