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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정책 뒷받침할 뉴딜펀드

국민세금으로 원금보장 논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달 초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주 청약에 무려 59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 6월 '청약 광풍'을 몰고 왔던 SK바이오팜 청약 증거금(31조원)의 2배, 올해 서울시 전체 예산(40조원)의 1.5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결과다.

시중 부동자금은 120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투자를 위해 빌리는 금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신용대출이 지난 8월 한 달에만 5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월별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빚투'(빚내서 투자하다) 등의 속어들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부가 돈을 더 과감히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을 옥죄기엔 한계가 있다. 민간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시중자금이 흘러 경기회복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한 이유다.


때마침 정부가 이달 초 한국판 뉴딜 정책을 뒷받침할 금융 대책을 내놨다. 그 중 정부와 금융권, 국민이 모두 투자하는 방식으로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뉴딜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온 국민에게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뉴딜펀드와 정책금융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딜펀드는 시중의 부동자금 일부를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기대와 더불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당장 '혈세 투입' 문제가 불거졌다.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이 전체 조성액 20조원 중 7조원을 후순위로 출자해 35% 손실분까지 떠안도록 설계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실이 나면 정부 재정, 즉 세금으로 '원금 보장'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펀드 등 투자상품에 대해 손실보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세금을 들여 원금을 보장한다는 게 말이 되나', '불완전판매를 감시할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조장하고 있다' 등의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바로 다음날 "재정의 우선적인 부담 비율은 10% 수준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며 추가 위험은 정책금융기관에 넘기겠다고 슬쩍 말을 바꿨다. 정책금융기관도 정부 산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눈가리고 아웅식 해명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정부의 '관제 펀드'였던 녹색펀드와 통일펀드는 최소한 재정 손실의 부담은 없었다. '관제 펀드'를 뛰어 넘어 '혈세 펀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외국계 투자은행까지 뉴딜펀드에 대해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겠나. 홍콩계 증권사인 CLSA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의 펀드 매니저 데뷔'라는 비아냥적인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펀드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나. 펀드 매니저들이여 조심하라"며 정부의 뉴딜펀드 조성 계획을 힐난했다. 또한 "뉴딜펀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해 표를 얻으려고 한다"며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외국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려 하는 외국계 금융사로선 이례적 보고서다. 그만큼 뉴딜펀드가 비상식적인 상품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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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공정'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둘러싼 공기와 같아서 공정이 바탕에 있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우리 경제ㆍ사회가 숨 쉴 수 있다"며 공정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자본시장법을 거스르면서까지 손실을, 그것도 세금으로 보전하겠다는 뉴딜펀드를 공정하다고 여기는 투자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문 대통령 말대로라면, 뉴딜펀드로 인해 공정의 밑바탕이 무너진 금융권은 앞으로 혁신과 포용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금융사회 전체가 숨도 쉴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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