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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 분리선출制, 주식회사 근간 훼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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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 상법 개정안 내용 중 가장 우려…미국, 유럽, 일본 어디에도 없는 사례
학계 "편법 이사 선임제 창설, 재산권 침해 위헌 소지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쟁점…정당한 내부화마저 위축 우려

"감사위원 분리선출制, 주식회사 근간 훼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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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거대 여당이 밀어붙이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둘러싸고 경제계가 연일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유력한 만큼 역효과를 우려하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달라며 호소 작전에 나선 분위기다. 자동차산업연합회를 중심으로 26개 경제 및 업종별 단체가 10일 개최한 '제5회 산업발전포럼' 주제를 '지배구조·내부화 관련 규제 정책과 기업성과'로 긴급히 정하고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닌 부작용을 조목조목 짚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상법 개정안 중에서도 주요 대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조항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다. 이사 선임은 주주 의결권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통해 이뤄져야 하나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선출 단계에서 아예 분리해 뽑도록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통한 편법적 이사 선임 제도를 창설하는 꼴이라면서 기본권 침해로 인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본다.

이날 포럼에서 첫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송원근 연세대 객원교수는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총 발행주식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주식회사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주주평등의 원칙(1주 1의결권)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것은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해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따로 뽑은 감사위원이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했는데 회사가 손실을 볼 경우에는 주식 지분율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손실 책임을 진다는 주식회사 기본 원리(자기책임 원칙)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도 있다. 경쟁사나 투기 자본이 지분을 쪼개서 확충해 특정인을 감사위원으로 앉힌 뒤 지위를 활용해 회사 비밀 정보를 빼낼 우려도 크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우리는 적군 작전 회의에 참여할 수 없는데 적군은 우리 군 작전 회의에 들어와 기밀을 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빗댔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어떤 국가에서도 이사 선임 시 특정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사례는 없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발표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는 주주의 이사 선임권을 제한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기관투자가의 행동주의 수단으로 이용되면 장기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 선출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못 미치는 안"이라며 "소수주주와 대주주 경영인의 이해상충 해소가 필요한 국내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강화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제계는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면 정당한 내부화마저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가 극단적 사례로 등장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에 국내 반도체 기업이 소재를 직접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로 대응해 위기를 넘겼는데 이 같은 필연적인 내부화를 정부가 막는 꼴이라는 것이다.


내부거래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법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동차 기업이 일본 업체로부터 강판을 구매하다가 가격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적기에 경쟁력 있는 강판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시장 구매를 내부화로 대체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경우다. 즉, 산업 및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내부화와 특정인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내부화와 구별해 접근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 견해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계열사 간 거래의 대부분은 수직 계열화에 따른 효율성 추구, 거래 안전성,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 유지 등을 위한 정상적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익편취로 보고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지주회사 소속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는 규제 강화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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