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2조4천억 폭증…전세대출 100兆 시대 '초읽기'(종합)
8월 5대 은행서 97조1303억원 기록…한 달 간 2조4007억원↑
'거래량 반토막'인데 보증금 오른 탓
가을 이사철 앞두고 증가세 지속 전망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전세 비수기인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 전세대출이 이례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에서 전세 거래량이 반토막난 가운데 전세대출만 증가한 것인데 최근 크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대출을 더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사상 첫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이 97조130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94조7296억원)에 비해 2조4007억원 급증했다. 올해 들어 전세대출 월별 순증액은 지난 1월 82조7533억원에서 2월 85조4047억원으로 한 달 만에 2조6514억원 늘어 최고치를 찍은 뒤 하향세를 보였다.
8월 이례적 급증
지난 5월 1조4275억원 저점을 형성한 뒤 6월 1조7374억원, 7월 1조9923억원, 8월 2조4007억원으로 순증액이 매달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순증액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최대 증가폭이다.
전세대출은 전세금 잔금을 치르고 세입자가 입주할 때 이뤄지기 때문에 휴가철과 장마가 있는 7~8월은 통상 이사 비수기에 속한다. 새 학기를 앞 둔 1~2월과 9~11월을 성수기로 본다.
올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태풍이 연이어 몰아닥쳐 7~8월에 이사 수요가 적었음에도 지난달 전세대출이 2조원 넘게 폭증한 것이다. 지난해 8월엔 전세대출이 1조6456억원 증가한 바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 45.88%나 뛴 수치다.
전세 거래량은 급감
반면 전세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 거래량은 6078건으로 지난 7월(1만1600건) 대비 47.6% 감소했다. 1개월 새 거래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세 이사 후 1개월 안에만 신고를 하면 돼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으나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 전세 거래량도 1만7065건에서 8154건으로 52.2%나 줄었다. 경기도의 지난달 거래량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경기도의 전월세 거래량이 월 1만3000건 밑으로 내려간 적은 2011년 이후 한 번 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거래량 반토막'에 비해 전세대출 잔액이 늘어난 현상을 두고 최근 1인당 전세보증금이 크게 늘어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엔 이미 받은 전세대출금에 2년 간 모은 돈을 합하거나 대출을 조금 더 받아 보태면 재계약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갈 수 있었지만 최근엔 전셋값이 크게 올라 대출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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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셋값 동반상승 영향"이라면서 "보증금 부담으로 세입자들이 추가 대출을 받고 있는데 지난달 신용대출이 4조원 이상 늘어난 것도 전셋값, 매매값 상승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B은행 임원도 "전세 거래량이 줄었는데 전세대출만 늘었다는 건 1인당 전세보증금이 크게 늘었다는 반증"이라며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잡는다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전셋값이 오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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