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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왜 여성영화로 눈돌리나…'벡델데이2020' 영화계도 성평등 움직임[김가연의 시선 비틀기]

최종수정 2020.09.03 15:25 기사입력 2020.09.0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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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델데이2020' 성평등 영화 10개 선정…영화팬 관심↑
다양한 여성 작품 요구하는 관객 움직임…OTT로도 확산
영진위 "여성 감독·주연 영화 지지하는 관객 목소리 가시화…편견 약화"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벌새' 스틸컷. 지난달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발표한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됐다/사진=네이버 영화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벌새' 스틸컷. 지난달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발표한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됐다/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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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2명 이상 등장하는가?",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대화의 소재가 남성에 대한 것 이외의 것인가?"


영화의 성평등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기준으로 쓰이는 '벡델 테스트'(Bechdel test)의 질문 항목이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고안한 것으로, 1985년 그의 만화 '경계해야 할 레즈비언'(Dykes to watch out for)에서 처음 사용됐다.

성평등 영화 행사 '벡델데이 2020'을 맞아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지난 양성평등주간(1일부터 오는 7일까지)을 맞아 행사를 마련하고, 양성평등 및 다양성 진작에 기여한 영화를 선정해 '벡델 초이스 10'을 발표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메기', '미성년', '벌새', '아워 바디', '야구소녀', '우리집', '윤희에게', '찬실이는 복도 많지', '프랑스여자' 등이 선정됐다.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관심은 국내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함께 높아졌다. 페미니즘 및 여성 혐오 등과 관련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이 배제되거나 혐오 표현이 있는 남성 중심적 콘텐츠 대신,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콘텐츠를 더 많이 요구하게 된 것이다.


여성혐오란 남성 중심적 문화에서 생긴 여성에 대한 편견, 멸시, 비하, 신체적·정신적 폭력, 성적 물화, 객체화 등을 포함한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등 창작물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단순히 남성을 위한 존재로 그려지거나, 남성 캐릭터의 각성을 위해 소모되는 등의 묘사도 이에 해당한다.

이를 가리켜 '냉장고 속의 여자'(Women in refrigerators)라는 용어도 나왔다. 1994년 디시코믹스 '그린 랜턴' 54화의 한 장면에서 따왔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배우 정유미 주연의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지난달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발표한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됐다/사진=네이버 영화

지난해 10월 개봉한 배우 정유미 주연의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지난달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발표한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됐다/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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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의 흥행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정책연구원의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순제작비 30억 이상의 실사영화 39편 가운데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10편으로, 25.6%에 그쳤다.


영진위는 보고서에서 "벡델 테스트를 넘는 영화가 50%를 넘는다 해도 성불균형이 해소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벡델 테스트는 대다수의 서사 영화가 최소한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며 "단지 적어도 여성 등장인물이 남성 인물에 종속되지 않는 별도의 서사를 갖고 있는지를 검증해보는 테스트다. 그러나 이 테스트를 통과한 비율이 25.6%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영진위 영화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 흥행 30위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13편(43.3%)으로 조사됐다. 영진위는 "여성이 주연1인 영화 5편은 모두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고, 남성이 주연1인 영화 25편 중 벡델 테스트를 통화한 영화는 8편"이라며 "남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벡델 테스트 통과 비율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경향은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12월 미국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매니지먼트업체 CAA와 기술업체 Shift7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영화 350편을 분석한 결과 여성 주연 영화가 남성 주연 영화보다 흥행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제작비를 기준으로 '1000만 불 이하', '1000만 불~3000만 불', '3000만 불~5000만 불', '5000만 불~1억 불', '1억 불 이상' 등 다섯 항목으로 진행됐다. '5000만 불~1억 불'의 경우 여성 주연 작품이 평균 3억1800만 불, 남성 주연은 2억4300만 불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1억 불 이상' 항목에서도 여성 주연이 5억8600만 불로 남성 주연작의 평균 수익인 5억1400만 불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2년 이후 글로벌 박스오피스 기준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낸 영화는 모두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개봉한 배우 이주영 주연의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지난달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발표한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됐다/사진=네이버 영화

지난 6월 개봉한 배우 이주영 주연의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지난달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발표한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됐다/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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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여성 콘텐츠에 대한 수요 증가 움직임은 스크린을 넘어 넷플릭스,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로도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올드가드', '워리어 넌: 신의 뜻대로' 등은 공개 직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달 공개를 앞둔 '보건교사 안은영', '에놀라 홈즈' 등도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왓챠 독점 콘텐츠 '킬링 이브', '리틀 드러머 걸', '나의 눈부신 친구', '와이 우먼 킬', '미세스 아메리카' 등도 여성 중심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영진위는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다양한 영화 제작을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진위는 앞서 언급한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서 "여성 감독은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여성 감독이나 여성 주연 영화를 지지하는 관객의 목소리가 커지고 가시화되면서 상업영화 제작 및 투자 분야에서 여성 감독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여성 감독이 다수 등장하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것은 관객뿐만 아니라 투자자 및 제작자들의 여성 감독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편견을 약화시킨다"며 "증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파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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