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진델핑겐 '팩토리56' 개소
디지털화·유연성으로 車생산 혁신
생산라인 교체 주말새 '뚝딱'

韓은 생산라인 변경에 몇달 걸리는데…'月 전기차, 金 SUV' 만드는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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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김지희 기자] 때는 바야흐로 2021년. 독일 진델핑겐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갓 생산한 7세대 S클래스 세단이 쏟아져나온다. 밀려드는 주문에 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그 사이 공장 근로자가 모두 볼 수 있는 내부 모니터에 EQA 300대 주문이 뜬다. S클래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더가 떨어진 것이다. 출고일은 당장 다음 주다. 문제는 없다. 세단 생산라인을 SUV 전기차 공정으로 바꾸는 데 주말 이틀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금요일에는 세단을 만들고 월요일에는 SUV 전기차를 만드는 셈이다.


이는 벤츠의 최첨단 자동차 생산기지 '팩토리56'에서 바로 내년이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2일(현지시간) 가동을 시작한 팩토리56은 벤츠가 미래 자동차 생산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포부 아래 완전한 유연성과 디지털화, 지속가능성을 내 건 야심작이다. 축구장 30개에 달하는 연면적 22만㎡의 공장을 만드는 데만 2년 6개월이 걸렸다. 우리 돈으로 1조원 넘게 투자했다.

팩토리56의 핵심은 디지털화와 유연성에 있다. 차량의 구동 방식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새로운 모델을 생산하는 공정을 며칠 만에 접목시킬 수 있어 시장 수요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옮겨가는 가운데 몇 달이 걸리는 전기차 라인 개편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는 점은 혁신이다. 벤츠는 팩토리56을 통해 더 뉴 S클래스를 시작으로 S클래스 PHEV, EQS, EQA, EQB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계획이다.


마르쿠스 쉐퍼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오디오 컨퍼런스콜에서 "팩토리56은 주말 휴일과 같은 짧은 기간 내 간단한 공사만으로 생산 차량의 변경이 가능한 완전한 유연성과 더불어 공장의 모든 직원과 설비, 부품이 연결되는 환경을 구축했다"면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는 앞서가는데 국내 자동차 공장의 현주소는 이와 동떨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공장 물량 조정부터가 몇 달이 걸리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노조와 합의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 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는 공장 내 생산 차종 변경을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노조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비정규직 파견도 사실상 금지다. 공장 간 전환배치 역시 한국만 노조와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노동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생산 유연성도 덩달아 낮아지는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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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중견기업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생산직과 관리직, 경영진 모두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 물량 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나 열에 일곱은 노조와의 협의가 어려워 조정이 어렵다고 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최근 소비자의 구매 기호는 개성화, 고급화하고 있어 제품 설계와 생산 단계에서 IT 기술 접목으로 생산성의 개념도 바뀌는 추세"라며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보다는 1대1 고객 맞춤을 위한 유연 생산, 스마트 생산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라인 하나를 바꾸는 데 노조와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씩 협의를 하고 동의를 구하는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황당한 일"이라며 "생산과 노동 유연성 제고를 위해서는 파견근로 허용, 대체인력 투입은 물론 스마트 공장으로 생산 시스템을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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