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제ㆍ개정이나 제도 개선 작업에서 외국의 입법례는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주요국의 앞선 사례에서 제도의 합리성과 논리적 타당성의 근거를 얻을 수 있고, 제도의 시행 효과를 미리 가늠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이런 종류의 검토보고서는 대체로 현황과 문제점, 외국의 입법례, 개선방안으로 구성되는데, 작업을 해보면 외국의 입법례 부분이 전체 작업시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듯하고 이는 법학자들이 논문을 쓸 때도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최근 금융 관련 제도 개선이나 법령 개정 작업에서 외국 입법례에 대한 오해가 보여 바람직한 입법에 필요한 이해를 위해 두 가지 이슈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공매도의 경우인데, 최근 정치권에서도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법률 개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그 중에는 무차입공매도 등에 대해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안도 있는데, 그 모델로 미국의 입법례를 들면서 미국에서는 20년 이하의 징역형도 부과하므로 우리도 그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에서 공매도를 규제하는 법은 1934년 증권거래소법이고 이 법에는 형사처벌 조항도 있다. 그런데 우리 자본시장법이 구체적 행위별로 형벌을 개별적으로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 증권거래소법은 제32조에서 이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 20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개인 500만달러, 법인 2500만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무차입공매도와 같은 특정 행위에 대한 구체적 법정형은 없는 것이다. 단 하나의 예외가 제30A조(해외부패방지법)에서 금지하는 외국 공무원 등에 대한 뇌물 제공의 경우인데, 기업 임직원이 의도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만달러 이하의 벌금형을 정하고 있다.
증권거래소법을 위반하는 위법행위는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부터 공개기업의 공시 및 보고의무 위반과 증권회사의 불법 영업행위까지 다양하다. 이 위법행위들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는 구체적 내용과 비난가능성에 따라 기소되고 연방양형기준 하에서 법관이 정하게 된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미국에서 무차입공매도 등 공매도규칙 위반 자체만으로 형사처벌되거나 기소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종 등 부정거래의 수단으로 공매도를 이용했으면 불공정거래로 엄중히 처벌될 것이고 이는 현재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결정에 대한 편면적 구속력의 부여 문제다. 금감원의 분쟁조정결정을 금융회사는 무조건 수용해야 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편면적 구속력 문제는 금감원장이 불을 지피고 여당 의원의 법안 발의까지 신속하게 진행됐다. 도입근거로 제시된 외국 입법례는 영국, 호주, 일본 등이었다. 그러나 이 중에는 사실과 다른 것도 있고 사실이라 할지라도 맥락상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편면적 구속력은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가볍게 처리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도 저 나라들에서는 어떻게 인정되고 있을까? 먼저 영국의 경우에는 성문 헌법 자체가 없어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없다. 호주는 성문 헌법이 있지만 재판청구권이 명시돼 있지 않아서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법계이면서도 성문 헌법상 재판청구권이 인정되는 미국에서는 편면적 구속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조정이 아니라 당사자 간 중재에 의한 분쟁해결 합의마저도 재판청구권 침해로 보아 일정 부분 제한할 정도다. 우리 같은 대륙법계로서 헌법에 재판청구권 조항이 있는 일본의 경우도 편면적 구속력은 사회적 압박에 의한 것이지 법적인 구속력이 아니다. 법령 제ㆍ개정 작업 시 외국 입법례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와 타당한 수용 논리가 필요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내 인생 답답해서 또 켜봤다"…2만원짜리 서비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