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다른 나라에 사과하는 것 국격 문제"
시민들 "내 편 눈감아주기…잘못 인정 안하는 것" '비판'
전문가 "재발 방지 위한 구체적 방안 필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내신기자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내신기자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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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4일 뉴질랜드 한국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 입장을 표명했지만, 뉴질랜드와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을 대응하는 데 있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국제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은 외교부가 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으로 또다시 구설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낮은 경각심과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국가적 위신을 실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위공직자 범죄의 재발 방지, 2차 가해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처 방안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24일 화상으로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2017년 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 비위 사건이 지난달 28일 한-뉴질랜드 정상통화 때 제기돼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의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뉴질랜드와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뉴질랜드 국민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강 장관은 "국민께 사과하는 것은 분명히 국민을 불편하게 해서 사과하는 것이고, 나라 간의 관계에서 상대국에 사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가 된 데 대해서는 뉴질랜드의 책임이 크다. 다른 나라에 대해 사죄하는 것은 정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외교부 장관이 다른 나라에 사과하는 것은 국격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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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피해자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국격을 높이는 것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 기사 댓글에서 한 누리꾼은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피해자에게 사과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어떻게 국격을 높이는 일인가"라며 "결국 또 내 편의 부정은 눈감아 주고 피해자에게는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 2017년 11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했지만, 약 3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국내에 알려지면서 외교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외교부는 지난 2019년 자체 조사를 통해 가해 외교관 A씨에 대해 경징계 수준인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내려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서 강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성 비위 사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외교부는 정작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도 A씨를 필리핀 주재 한국 대사관 총영사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외교부가 직접 '성 비위 무관용 원칙'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이 지켜지기는커녕 오히려 방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질랜드 한국 외교관 A씨의 현지 직원 성추행 사건 관련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 보도 장면./사진=뉴스허브 방송 캡처

뉴질랜드 한국 외교관 A씨의 현지 직원 성추행 사건 관련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 보도 장면./사진=뉴스허브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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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 시민단체는 가해 외교관 A씨와 강 장관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제출한 고발장에서 "외교부에서는 성추행 사건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을 기만하고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성추행을 저질러 국가 명예를 크게 훼손한 A씨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장관에 대해서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A씨를 거론하는 등 이 사건이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데도 강 장관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묵과했다"며 "이는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직무유기"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는 재발 방지, 2차 가해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처 방안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국민들은 사과가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할 것인지에, 또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원한다"며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한 답변은 전혀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 건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메뉴얼, 또 재발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일부에서는 문화적 차이를 거론하는 등 상대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과는 동떨어지는 발언이며 국가적 위신을 실추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외교부는 타 국가와 많은 교류가 있는 만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하며,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뉴질랜드 피해 남성이 낸 진정에 대해 최근 '인용'을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인용이란 진정을 받아들여 권고나 의견 표명 같은 구제 조치를 내리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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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이달 말께 구체적 권고 사항이 담긴 결정문을 피해자와 외교부, A씨에게 발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결정문에는 외교부에 실질적 성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성범죄 피해를 방관하는 등 부적절한 조치를 시정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과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를 이행하라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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