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아 좀 다쳐도 괜찮아' 광화문 글판에 BTS 노래 '런' 가사 걸려
광화문 글판 올해로 30년…1991년 시작, 초기에는 '계몽' 문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시민들에 희망 글귀
문정희 시인 "광화문에 보석 같은 글 걸려…아름다운 모습으로 환원"

교보생명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런'을 빌려 응원 메시지를 담은 광화문 글판 특별편을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등에 내걸었다. 지난 2015년 발매된 런(RUN)은 '달리다'라는 뜻의 제목대로, 불안하고 위태로운 현실에서도 앞을 향해 내달리는 청춘의 에너지를 표현한 노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교보생명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런'을 빌려 응원 메시지를 담은 광화문 글판 특별편을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등에 내걸었다. 지난 2015년 발매된 런(RUN)은 '달리다'라는 뜻의 제목대로, 불안하고 위태로운 현실에서도 앞을 향해 내달리는 청춘의 에너지를 표현한 노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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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다시 런 런 런 넘어져도 괜찮아, 또 런 런 런 좀 다쳐도 괜찮아."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크고 작은 위로를 전한 광화문 글판이 올해로 꼭 30년을 맞았다. 올여름 걸린 글귀는 방탄소년난(BTS) 노래 가사다.

해당 가사가 담긴 노래는 2015년 발매된 'RUN'(런) 으로 위태로운 현실에서도 앞을 향해 내달리는 청춘의 에너지를 표현한 곡이다. 뮤직비디오 영상 조회수는 1억회 이상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모은 곡이다.


교보생명은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광화문 글판 특별편'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광화문 글판 특별판은 한달간 광화문과 강남 등에 있는 교보빌딩 사옥에 걸린다.

해당 글귀에 대해 시민들은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 광화문 글판에 걸린 글귀를 잘 본다고 밝힌 30대 회사원 A 씨는 "광화문 글판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이라, 다음에는 어떤 글이 걸릴까 늘 관심사다"라면서 "이번 방탄소년단 글귀는 예전에 걸린 글에 비해 더 와닿고 심리적으로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또 방탄소년단 자체가 인기가 많다 보니 해당 글귀가 더 확산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B 씨는 "광화문에 걸리는 글은 늘 사진으로 촬영해 저장한다"면서 "이번 글판에 걸린 글도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글 자체가 방탄소년단에서 나왔다고 하니, 이 글을 주제로 다른 세대들과도 많이 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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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방탄소년단 팬이라고 밝힌 30대 직장인 C 씨는 "BTS 다른 곡 가사도 좋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런' 가사는 딱 떨어지는 곡 같다"면서 "광화문 글판에 BTS 곡 가사를 선택한 것은 딱 알맞은 선택 같다. 직접 촬영해서 소장할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십수 년째 광화문 네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광화문 글판은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1991년 1월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등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창기에는 일정한 주기 없이 글귀를 바꿨으나 2001년부터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 등 분기에 한 번씩 새로운 글을 내걸고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글판이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불법 광고물로 오해를 받아 벌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광화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초기 글판에는 당시 시대 경제 분위기를 반영하는 글귀가 많이 걸렸다. 처음으로 걸린 글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 그러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1998년부터는 시민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감성적인 글귀가 걸리기 시작했다.


"넘어져도 괜찮아" 방탄소년단 가사 담긴 '광화문 글판'의 사회학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 2011년 여름 광화문 글판에 걸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후 지금은 SNS(인스타그램)에서 광화문 글판 글귀는 빠지지 않고 공유하는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4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서 '광화문 글판'이라고 검색하면 1,251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모두 광화문 글판을 직접 촬영해 올린 사진이나 글판에 담긴 글귀가 적인 게시물이다.


또 방탄소년단의 '런' 가사가 담긴 글판 역시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이를 본 SNS 이용자들은 '하트' 표시를 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광화문 글판이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가 된 셈이다. 시인 등 전문가의 평가에서 확인할 수 있듯 광화문 글판의 주인공은 도종환(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김용택 등 국내 시인부터 공자, 헤르만 헤세, 파블로 네루다 같은 현인의 글귀가 내걸렸다.


대부분 힘을 북돋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이를 위해 시인·소설가·문학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30자 안팎의 짧은 시구를 선정·변주한다.


지난 6월1일 오전 서울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여름편에 백무산 시인의 '정지의 힘' 시 구절 "씨앗처럼 정지하라/꽃은 멈춤의 힘으로/피어난다"가 담겨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6월1일 오전 서울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여름편에 백무산 시인의 '정지의 힘' 시 구절 "씨앗처럼 정지하라/꽃은 멈춤의 힘으로/피어난다"가 담겨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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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많이 인기를 얻은 글귀는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 <너에게 쓴다> 천양희 시인'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나태주 시인',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 <대추 한 알> 장석주 시인',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 <해는 기울고> 김동규 시인' 등이다.


전문가는 시민들이 광화문 글판에 관심을 주고 일종의 위로를 받는 배경에는 글에서 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봉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광화문 글판 25주년 기념 공감콘서트에서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공감적 가치를 선사했기 때문"이라며 "상업성을 배제하고 공익적 가치를 내용으로 정치·사회적 중립성을 지켜온 것이 오랜 세월동안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콘서트 패널로 참여한 전성태 소설가는 "광화문 글판을 형용사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잔잔하다'일 것"이라며 "보는 순간 파문에 휩싸여, 다른 차원 즉 자기 내면으로 전환시키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화문 글판을) 서서 본 사람, 버스타고 가다 본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그로 인해 누군가를 용서하거나 화해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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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은 "한국의 언어는 흙탕물처럼 파괴되고 폭력적인 무기의 언어가 됐다. 상징적인 장소인 광화문에 이같이 보석 같은 글들이 걸림으로써 언어가 다시 절제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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