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자산 '묶어두기' 뿐… 현금화까지 첩첩산중
8월4일 0시 효력 발생하지만
매각명령결정 나와야 현금화
명령 나와도 따르지 않으면
다시 공시송달 절차 밟아야
비상장주 가치평가도 하세월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우리 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한 자산 압류 서류 등을 공시송달한 지도 이제 두 달을 바라본다. 공시송달은 법원이 서류를 공개 게시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송 당사자에게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번 공시송달 기한은 다음달 4일 0시로, 이 시간을 넘기면 일본제철에 대한 채권압류명령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압류 자산을 당장 일본제철에 현금화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금화 절차의 '개시' 정도로 볼 수 있다. 아직 우리 법원이 일본제철 자산을 강제 매각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았다. 길게는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8월4일 0시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지나
이번 공시송달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는 일본제철을 상대로 자산 매각을 하기 위한 사전 절차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0월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피해자들은 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인 포스코-신일본제철 합작법인 'PNR'의 주식 8만1075주를 압류하고, 이를 매각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다.
법원은 압류를 거쳐 자산을 매각할 경우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일본 측은 관련 서류를 받고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에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지난달 1일 결정한 조처가 공시송달이고, 그 효력이 8월4일 0시부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효력이 발생하면 일본제철은 해당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된다. 설령 매각을 하더라도 '무효'가 된다.
압류된 재산은 현금화 절차를 거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지급된다. 현금화 절차는 양도 또는 매각을 통해 할 수 있는데, 이번 건은 매각을 통해 진행되게 된다. 일본 측이 자신의 자산을 양도하는 것을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우리 법원에 매각 신청을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매각을 통한 현금화 절차는 법원이 집행관을 통해 회계법인에 해당 주의 감정을 맡기고, 격정가치가 나오면 그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수순으로 이뤄지게 된다.
현금화까지 산 넘어 산
문제는 이 현금화 절차가 까다롭다는 데 있다. 일단 이번에 공시송달이 이뤄진 채권압류명령결정문은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묶어두는 것에서 그 효력을 다한다. 매각명령이 따라야 한다. 다시 말해 강제징용 피해자 법률대리인단이 지난해 5월 따로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신청한 매각명령결정이 나와야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해당 결정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도 담당 재판부 재량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 법률대리인단이 4일 효력이 발생하는 채권압류명령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매각명령이 나온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일본 측 태도를 미뤄보자면 순순히 관련 서류를 수령할 가능성은 적다. 이 경우 또 한 번 공시송달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몇 달의 시간이 또 한 번 소요될 수 있다. 게다가 매각명령은 확정이 돼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일본 측이 즉시항고에 재항고까지 하게 된다면 시간은 더욱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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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명령 확정 이후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압류 대상인 PNR 주식이 비상장주식인 탓에 감정을 맡겨 적정가치를 내는 데도 수 개월이 걸린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장주식이라면 주식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기 수월하지만 비상장주식은 까다롭고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본 측에서 PNR 주식 매각금액에 대한 즉시항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예컨대 PNR 주식 한 1주당 100만원이란 가치가 매겨졌는데, 일본 측에서 '매각금액이 너무 낮게 평가됐다'는 식으로 법원에 재차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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