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맞아?" '박원순 사건' 침묵 길어지는 文…시민들 '분통'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 2주째 침묵만
靑 "진상규명 이후 입장 밝힐 수 있어"
시민들 "내로남불, 이중잣대" '분통'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진지 약 2주가 지난 가운데, 청와대가 여전히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이를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진 지 약 2주가 지난 가운데, 청와대가 여전히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3일 한 언론을 통해서 "피해자 입장에 공감한다.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는 곧장 이는 공식 입장이 아니며 대변인 개인의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도를 일축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은 여당 소속 의원들의 권력형 성비위 사건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문재인 대통령 행보에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이 버닝썬, 텔레그렘 n번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같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성범죄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여당 소속 인사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아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과거 성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단호하고 강력한 입장을 밝혀왔던 정부가 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아무런 말이 없냐?"라면서 "침묵하는 건 결국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기편에 선 사람은 성범죄 저질러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정권"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미국 CNN 방송 지난 16일 보도한 '대통령이 비판에 직면하다'(The president comes under fire)라는 제목의 기사./사진=CNN 홈페이지 캡쳐
원본보기 아이콘문 대통령의 침묵과 관련해선 여권 인사들도 즉답을 피하거나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침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통령께서는 여러 가지 판단을 할 것"이라며 "모든 문제에 대해서 (문 대통령이) 전부 말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론 말씀을 하지 않는 것도 반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문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대통령께서 다른 국정을 돌보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말씀을 하실 수도 있고 안 하실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문 대통령의 성인지감수성이 내편 네편에 따라 작동하는 거 아니냐"고 질문하자, 정총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짧게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성평등 정책' 기조연설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연이어 터진 여당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성범죄 사건에도 문 대통령이 침묵하면서 시민들은 더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 다른 직장인 B(29)씨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했던 건 다 거짓이었나"라면서 "여당 인사들의 계속되는 성범죄 사건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내로남불, 이중잣대 행태를 더는 보고 있기가 힘들다.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외신에서도 박 전 서울시장의 사망 및 성추행 의혹 사건을 보도하면서 문 대통령의 침묵을 언급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6일 '대통령이 비판에 직면하다'(The president comes under fir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침묵이) 대중을 더 분노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CNN은 "문 대통령은 공개적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국회 개원 연설에서도 박 전 시장의 사망 사건, 고소인, 심지어는 보다 광범위한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문 대통령이 성추행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청와대의 침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23일 "정세균 총리는 대통령이 '다른 국정'을 보고 있어 말씀을 못 하실 수 있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한다"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 여성 인권에 발 벗고 앞장섰던 대통령을 단 한마디 못하게 하는 다른 국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여성을 위하는 척, 약자를 돌보는 척하는 가식과 위선의 정부가 아니라면 14일째 침묵을 이제는 깨달라"고 촉구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24일 논평을 내고 "청와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진상규명 결과가 나와야만 공식 입장 표명이 있을 거란 허술한 답변을 했다"면서 "2018년 미투 운동이 시작될 무렵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라고 말한 대통령의 모습과 대비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차 피해가 난무한 지금 문 대통령은 누구 곁에 설 것인지 명확히 입장을 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사건의 명확한 진상규명 이후에야 공식입장 표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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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고위공직자 성 비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입장이 최우선이라는 건 청와대의 기존 입장"라면서 "서울시 진상조사가 국가인권위원회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의 진상규명 작업의 결과로 사실관계가 특정이 되면 보다 뚜렷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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