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위기에 '홀로 勞젓기' 멈췄다…한배 탄 현대차 노사
원키드 시스템으로 공정 단순화
친환경 산업재편·경기위축에 '맞손'
노조,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에 앞서
자연감소·전환배치 공감대 형성
신차 품질논란 개선 위해 적극 노력도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김지희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래차 시대 생존을 위해 제시한 '원키트' 생산 방식의 도입은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은 고용 감소를 전제하지만 노사가 이보다 큰 명제인 '생존을 위한 변화'에 동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차 울산 3공장에 원키트 생산 방식이 도입된다면 일부 직원의 순환배치 작업도 뒤따르게 된다. 업계에서는 매년 기본급 인상과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던 노조가 순환배치가 불가피한 새로운 생산 방식을 수용키로 한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자동차시장의 트렌드가 친환경차로 재편되면서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는 직군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위주의 친환경차 체제로 재편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에 빠르게 편승해야 오히려 대규모 인력 감축을 막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현대차 노조원들은 글로벌 전기차 선도 업체로 손꼽히는 테슬라의 차량을 직접 타보고 경쟁사의 기술 수준을 살펴보는 시승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강성 노조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차 노조가 이제는 단기적인 '밥그릇 지키기'보다 먼 미래를 내다본 장기적인 '먹거리 찾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현대차 노조는 생산 라인 변경에 따른 순환보직을 부담스러워했다. 정년을 앞둔 장년층 노조원의 비중이 높아 변화보다는 익숙한 방식의 업무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제품과 업무 방식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노조 내부에서도 확산하면서 적극적인 재교육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앞서 현대차 노사 고용 자문위원들은 자동차 생산 기술의 변화로 2025년까지 현대차 제조 인력의 20%가량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노사 양측은 인력 감축과 전환 배치, 재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최대한 자연감소를 통한 인력 조정에 합의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제네시스 GV80 등 신차 품질 논란이 불거지자 노조가 나서 품질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생산 체제 개선을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공장의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최근 현대차 국내 공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품질 리스크는 곧 공장의 경쟁력,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으로 쏠린다. 22일 진행된 현대차 노조 임시 대의원회의에서 노조는 총 고용 보장을 위해 연간 174만대에 이르는 국내 공장 생산량을 유지하고 해외 공장 물량을 국내로 가져오는 안건을 상정했다. 임금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와 맞춰 기본급 월 12만304원의 인상안 수준에서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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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4~5년 이후의 고용 불안이 커지면서 노조도 장기 생존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자동차시장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한 만큼 노조에서도 올해 임단협의 최우선 목표로 고용 유지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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