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올해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부침을 겪으면서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한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CB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리픽싱)한 공시는 전날까지 62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25건)과 비교해 18.0%(95건)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에서도 해당 공시(신주인수권행사가액ㆍ교환가액 전환 포함)는 123건에서 150건으로 22.0% 늘었다.

전환가액 조정은 CB를 발행한 기업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발행사가 1주당 전환할 수 있는 가격을 낮춰 투자자에게 주식 전환의 기회를 넓혀주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다. 주가가 전환가격 아래에 지속적으로 머문다면 투자자는 조기상환을 고려하게 되고, 발행사 입장에서 현금 상환요구를 피하기 위해서는 전환가액을 낮출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환가액 조정의 주기나 한도는 회사의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으로 정할 수 있다.


올 들어 전환가액 하향 조정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의 부침이 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시장이 폭락하며 저점을 기록한 3월 말 이후 시장 지수는 상승하는 모습이지만 최근 1~2년 사이 CB 발행을 늘린 기업들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전환가 하향 조정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CB 만기 전에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조기상환을 청구하는 일도 늘고 있다. 올해 CB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는 34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16건)보다 59.2%(128건) 증가했다. CB에는 투자자가 회사 측에 CB를 되사달라고, 즉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풋옵션 행사가 증가한다는 것은 주가가 지지부진해 주식으로 전환해도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만기까지 보유하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전환권을 행사해봐야 특별히 이익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회사에 채권을 되사달라고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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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가액 하향 조정이 증가하면 향후 주주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발행 주식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당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됐다는 것은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대기 물량이 늘어났다는 의미인 만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환가액은 무한정 조정될 수 없고 일반적으로 최초 전환가의 70% 전후에서 정해진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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