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회사채 매입' SPV, 24일 가동…+BBB이하 비중 15%(종합)
한국은행, 임시 금통위에서 SPV 대출 의결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저신용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할 특수목적기구(SPV)가 다음 주부터 가동된다. 위축된 비우량 회사채시장의 숨통을 틀 수 있는 안전판 공급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미 전체적인 회사채시장은 안정적이라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17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SPV 대출 한도와 조건 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PV에 대한 총 대출한도는 8조원으로, 총 재원 10조원 가운데 8조원을 한은이 대출한다. 다만 SPV 재원은 우선 3조원 규모(산업은행 출자금 1조원+산은ㆍ한은 대출 2조원)로 조성될 예정이다. 나머지 7조원은 자금을 요청하면 대출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조성한다.
SPV는 오는 24일부터 산은이 시장안정 차원에서 먼저 사놓은 비우량 회사채 등을 매입할 계획이다. 앞으로 SPV는 6개월간 매입 작업을 진행하며, 3년간 자산을 보유한 후 청산한다.
가장 중요한 SPV 운영은 산은과 민간 전문가가 맡는다. SPV 이사회에서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수행하는데, 이사회 자문기구로는 민간 전문가 등 5명으로 구성된 투자관리위원회를 둔다. 위원회는 투자 가이드라인 등을 만드는 역할을 하며 투자대상 선별 등은 위원회가 산은에 위탁할 방침이다. 산은과 민간 전문가들이 회사채시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운용하기로 했다.
매입 대상에는 투자 등급인 비금융회사 발행물을 모두 포함하도록 하되, 비우량채(A∼BBB등급) 위주로 매입한다. 다만 BB등급 중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이후 신용등급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경우(폴른앤젤)도 매입 대상에 포함한다.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BBB+~BBB- 등급 회사채를 보유한 기업으로는 대한항공, 두산인프라코어, 한진, LS네트웍스, 삼화페인트공업 등이 포함돼 있다. 매입 증권 만기는 회사채가 만기 3년 이내, CP가 만기 3∼6개월 이내다. 매입 가격은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적정 금리 수준으로 설정한다. SPV가 시장의 투자 수요를 구축하지 않고 기업들의 시장조달 노력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원칙적으로 SPV가 매입하는 회사채는 발행물이 중심이 된다. 최근 비우량 회사채 발행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BBB등급 이하의 회사채 수요예측참여율은 178.0% 수준으로, 지난해 6월(353.3%) 대비 크게 하락했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로 직접 영향을 받은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SPV가 시장에서 소화가 안 되는 회사채를 사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우량 회사채는 수요예측시스템을 통해 매입하고, 비우량 회사채는 시장 미매각 물량을 SPV가 매입하는 방식이 된다"며 "원칙적으로 발행물을 중심으로 매입하는데 시장안정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유통물도 매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포트폴리오 비중은 우량채 30%, 비우량채 70%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비우량채 중에서도 A등급은 55%, +BBB등급 이하 비중은 15%로 유지한다.
관계기관들은 SPV가 가동되면 비우량채 발행여건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시장여건이 추가로 악화하면 자금시장 충격을 완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는 목적"이라며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인 기업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전했다.
시장과 재계 관계자들은 일단은 채권시장이 안정된 만큼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저신용 등급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것도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3~4월처럼 아주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정부가 SPV를 통해 받쳐주고 조달금리를 낮춰주면 기업들은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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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SPV가 당장 효과를 낸다기보단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좋지 않았던 BBB등급 발행시장 효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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