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방조·대처방식도 문제
수사기관 개입 필요성 제기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문호남 기자 munonam@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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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정동훈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비서실 내부에서 지속적 성추행이 자행돼왔다는 폭로가 나옴에 따라, 이 사안을 자체 조사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에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서울시가 고 박 전 시장의 '공범'으로 수사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체 조사보다는 수사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고 박 전 시장의 비서 성추행을 사실상 방조하거나 유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울러 비서의 폭로를 대처한 방식에도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16일 피해자와 공동 대응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ㆍ한국여성의전화가 보도자료로 폭로한 내용은 이미 알려진 고 박 전 시장 주도의 성추행 외에도, 비서실이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성범죄 상황에 노출시킨 정황을 담고 있다. 피해자가 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견디지 못해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실무진이 이를 만류한 사실과, 속옷 심부름이나 혈압을 재도록 하는 등 업무 외적인 일을 강요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서울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성범죄에 가담한 정황이다.


이들은 지난 8일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시장의 안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소나 기자회견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피해자에 연락을 한 공무원들도 있었다.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거야' 등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를 압박한 사실이 있다고 단체 측은 폭로했다.

박 전 시장 사망 직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관련 정보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언급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정황도 있으며, 고 박 전 시장의 유해가 장지로 운구되던 13일 송다영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변호인 측에 연락해 기자회견 연기를 요청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여성단체들은 앞서 서울시가 내놓은 자체 진상조사단 구성 방침과 관련해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효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지난 4월 시장 비서실 소속 직원의 성폭행 사건 당시 드러난 비상식적 대응방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바꿔 말하면 당시 성폭행 사건을 서울시 내부에서 적절히 처리했더라면, 3개월 후 시장의 성추행 고소 사건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시 서울시는 성비위 발생 시 통상적으로 행해지던 가해자 대기발령이 아닌 다른 부서로 2차례나 발령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에야 해당 직원을 직위해제하는 등 소극적 대처로 일관했다. 시 관계자는 "시장 직속 비서실에서 범죄 행위가 일어났는데 직원들에게는 입단속을 지시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처리 방식을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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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피해자 변호인 측에 연락해 기자회견 연기를 요청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송 실장이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주도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 측 변호인과 여성단체들은 사건이 공론화 되기 전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묵살 당한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이 서울시청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자료를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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