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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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여러 세금정책이 하루가 멀다시피 발표되고 있다. 집 한 채 갖고 사는 보통 사람들이 보면 전쟁이 난 것처럼 요란하다. 정부가 조급해하니 서민들도 불안하다. 집값을 안정시켜야겠다는 정부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은 억지다. 집값 급등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투자처를 못 찾은 시중 여유자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 연장선에서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의식주에 대한 세금 간섭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옷 잘 입고 밥 잘 먹는다고 세금을 무겁게 물릴 수는 없지 않은가. 주택도 마찬가지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세금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복지 국가는 시민들의 기초적인 의식주에 대해 세금이 간섭하지 않고 도와주어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따라서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는 현행보다 인하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주택자에 대한 공세적인 세금정책은 가능하다고 본다. 건전한 사회공동체를 해칠 우려가 있고, 양질의 직장이 서울 강남권에 있는데 그곳 주택을 특정인(투기업자)이 과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익을 느끼는 자는 부담을 느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보유세(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인상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보유세를 올릴 경우 거래세 (취득세ㆍ양도소득세)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 공급 유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부담이 높아질수록 매물이 나오지 않는 잠김현상(동결효과)이 나타나고, 이는 주택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진다. 사실 양도소득세는 양도할 때 납부하기 때문에 팔지 않고 그냥 갖고 있으면 세금 낼 일이 없다. 게다가 벌써 양도소득세를 내느니 차라리 증여하겠다는 현상도 있다. 이래서 거래세 강화는 효과가 미미하다.


셋째, 세금정책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세율을 높여도 '더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원하는' 투기꾼의 잔머리를 책상머리 월급쟁이 공무원이 따라 잡을 수 없다. 그들은 그 바닥에선 프로다. 따라서 투기를 진정으로 막을 요량이라면 특정지역에 한해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1가구 1주택 이외의 주택을 구입하려는 자는 이전 주택을 처분한 뒤 새 주택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법은 세금을 거두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지 다주택자를 징벌하라고 만든 법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투기대책을 수십 번 마련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세금부담의 예측가능성을 훼손한다. 정부는 "여러 차례 말함은 두 차례로 족하다"는 법률격언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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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세금은 전문가가 운용해야 한다. 세금 분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세법의 내용은 법학, 경제학, 재정학, 회계학, 통계학, 인문학 등을 포함하고 있어서 매우 난해한 분야다. 일반인들이 세법 조문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세법을 쥐락펴락하는 결정권은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정치 영역에 속해 있다(헌법 제59조 조세법률주의).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금이론이라도 국회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입법하면 그것으로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방역활동에 대해 비전문가 정치인들은 입을 뻥끗하지 못한다. 하고 싶어도 창피당할 까봐서다. 세금은 질병 못지 않은 전문 분야다.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게 정답이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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