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주 가던 할인점에서 물건을 골라서 나오는데 계산원이 없고 QR코드 인식기만 설치되어 있어 당황한 적이 있었다. 또한 요즘 많은 패스트푸드점에는 무인주문기(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는데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은 스크린 터치가 어려워 주문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고 없는 준비 안 된 디지털화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정보통신부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 아래 국민의 정보화 기기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컴퓨터를 세계에서 가장 잘 쓰는 나라’ 만들기라는 정책을 시행한 적이 있다. 컴퓨터는 디지털 라이프를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기이므로 컴퓨터의 보급과 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후 정부는 정보화 초기인 2005년까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을 제공하고, 이후 정보화가 성숙함에 따라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정보화 정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 디지털 이용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사회의 개막이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는 무인·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4월 기준으로 오프라인 유통점 결제액은 28.6% 감소하고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5% 증가하였고 국내 기업의 화상회의 시간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29배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개되는 비대면 사회로의 이행은 디지털 격차가 일상생활 속 불편을 감수하는 차원을 넘어 전반적인 사회생활에서 배제되어 사회·경제적 기회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위의 사례와 같이 고령층·장애인 등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마침 정부는 지난 22일 종합적인 디지털 포용 전략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우선 누구나 쉽게 디지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주민센터, 도서관, 과학관 등 근처 생활 SOC를 ‘디지털 역량센터(가칭)’를 설치한다. 생활 SOC에 접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 등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1:1 방문 교육을 확대한다. 환경 조성도 강화한다. 2022년까지 전국의 주민센터나 마을회관 등 공공장소 4만 1000곳에 공공와이파이를 신규 설치하고 도서·벽지 등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농어촌 마을 1300여개 지역에도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한다. 디지털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고령층·장애인 등에게는 스마트기기와 통신료를 지원한다. 또한 정부의 디지털 격차 해소 의무, 디지털 포용 관련 정책·사업의 추진체계 마련 등을 내용으로 한 (가칭) 디지털 포용 법률 제정도 추진하기로 하였다.
크게 보면 정부계획은 국민의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접근권 강화와 교육을 통한 디지털 역량 제고를 두 축으로 하고, 여기에다 이런 정책 추진을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추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당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동안 정부 정책이 거대한 마스터 플랜으로 집대성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정책이 현장에서 시행되고 시행 후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 평가가 다시 환류되는 과정은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정책이 양적 목표만을 지니고 있어 국민의 만족도와 같은 질적 목표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제 디지털 포용은 특정 계층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워낙 급속히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전 국민의 필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포용은 더 이상 성장과 대립되거나 성장과의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면서 디지털 뉴딜 정책이 내실 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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