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이론적 기반위에서 데이터를 근간으로 경제 모델을 만드는 20세기의 경제학은 반박이 불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 경제는 경제학자들의 예상한 것처럼 움직이지도 않았으며, 한술 더 떠서 발생한 경제 현상을 경제 교과서에 기술해서 따라가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경제에 미치는 숨어 있는 강력한 변수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2년 경제학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린스턴대의 명예교수인 대니얼 카너먼은 경제학자와는 거리가 있는 심리학자였다. 그는 인간은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가정을 흔들었고 증명했다. 카너먼 교수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고 행동 경제학의 창시자로 인정 받았다. 사람들의 감정적인 의사결정이 경제학의 새로운 변수로 떠 오르는 순간이다.

실제로도 인간은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비이성적인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쉽사리 잘못된 군중 심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 경제적인 또는 과학적인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서 경제학과 심리학의 결합 같은 학문적 융합의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인간의 비이성적인 판단을 치열한 커피 전문점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엄청난 연구와 수많은 실험의 결과로 나온 결과일 것이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주문 얘기다. 마트에 가면 카트를 빌리는데 줄을 서야한다.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가면 번호표를 받아 보이지 않는 줄을 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받기 위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줄을 서야 한다. 코로나 이전의 공항은 단계별로 길고 긴 줄의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했다. 죽어서도 화장장에서 관에 누운 채로 줄을 선다.

줄을 서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노이로제는 만국 공통일 것이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주문은 줄서기의 공중도덕을 공식적 새치기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이용해서 성공한 사례다. 사무실에서 미리 주문해 놓으면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받을 수 있다. 커피의 맛과 새치기하는 쾌감을 함께 제공한다. 인간의 근본적인 심성을 마케팅에 이용한 사례이지만 손가락질 받기보다는 경쟁사가 따라하는 모델이 됐다.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것을 무시해본 적이 있는가. 최대한의 교통정보를 가지고 안내를 제공하는 장비를 무시한 결과가 어땠는가. 안내를 무시하는 경우는 대부분 잘 아는 길인 경우이기 때문에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공지능(AI)이 제공하는 정보를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경험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그리고 경험에 따른 자신만의 의사결정을 맹신하는 것이다. 설사 틀렸다고 하더라도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조만간 인간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시스템에 중독되거나 심하게 의존하는 단계가 올 수도 있다.


이때는 인간의 의사결정은 의심없이 인공지능의 정보 또는 지시에 따르게 될 것이다. 일단 이러한 증상이 만연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 현상이 발생한다면 코로나19와는 비교도 될 수 없는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액센츄어의 고위 임원인 폴 도허티와 제임스 윌슨은 저서 '휴먼+머신(청문각ㆍ2019)'에서 "과학에서 가설을 증명하지 못하는 실험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고, 데이터라고 부른다."라는 멋진 문구를 사용했다. 충분한 실패의 데이터가 성공으로 가는 길을 모델로 제시하므로, 미래의 데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가치관을 정의했다고 본다.


인간이라는 진부한 변수를 새롭게 정의해서 데이터화 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변수들과의 관계는 달라질 것이다. 2차원과 3차원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변수의 출현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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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공학박사(전 티맥스 대표ㆍ유비케어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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