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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소' 누설 진실게임…故 박원순, 8일 오후 누구와 통화했나

최종수정 2020.07.14 12:01 기사입력 2020.07.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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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직후인 8~9일 인지 추정
靑·경찰 유출사실 부인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검토
의혹 단서 제공 가능성도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고소 사실을 누가 알려줬느냐 하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가해자가 피소사실을 경찰 소환 전에 인지할 경우 증거인멸 기회를 얻는 셈이다.


박 전 시장 경우엔 피소사실 인지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여 진실규명의 기회도 함께 사라진 결과를 낳았다. 피해자 A씨의 고소 사실은 경찰을 거쳐 청와대에 전달됐다. 경찰과 청와대 모두 해당 사실을 박 전 시장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실 규명의 유일한 단서는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라,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여의치 않다. 다만 시민단체 등 제3의 주체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다면 통화기록을 들여다볼 여지는 있다.

아울러 경찰이 박 전 시장의 변사사건 종결을 위해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유족 동의 등이 이루어지면 관련 의혹에 단서가 제공될 가능성도 있다.


14일까지 알려진 바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은 최소한 8일 저녁부터 9일 새벽 사이께 피소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건 8일 오후 4시반이다. 그리고 A씨는 다음날 새벽 2시반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시장이 8일 밤 참모들과 대책회의를 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박 전 시장은 9일 아침 당일 일정 취소를 결정했으며 10시44분 유서를 써놓고 공관을 나섰다. 통상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피고소인을 소환 조사하는 시점에 피소사실을 통보한다. 경찰이 박 전 시장에게 피소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경로로 수시기밀이 가해자에게 흘러간 건 분명해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 전 시장이 청와대나 경찰이 아닌 언론사로부터 피소사실을 우회적으로 접했을 여지도 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지속적인 피해사실을 여러차례 호소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도 텔레그램 문자를 보여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이 언론사 취재를 통해 피소사실을 인지하고, 9일 오후 이를 다루는 보도가 나올 것임을 우려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면 공권력에 의한 수사 방해 논란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선 모두 추론일 뿐 명확한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사 또는 진상조사를 통해 수사기밀 유출 경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소 당일 피고소자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상황이 전해지고, 피고소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피해자는 2차 피해로 더한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미투'가 즉각적으로 당사자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알게 된다면 고소ㆍ고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고발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진실 규명의 핵심은 9일 오후 휴대전화 신호가 끊기기 전까지 박 전 시장이 누구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의 인권을 회복하고 가해자가 응당 처벌 받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사회적 약속"이라며 "사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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