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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로펌을 위협하고 있다. 봉쇄 조치와 재택근무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각종 소송전으로 이어지면서 변호사 일감은 늘었지만 경기 둔화 등 우려로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같은 '돈 되는' 업무는 오히려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불확실성이 커진 로펌들은 비용 절감과 감원, 임금 감축에 나서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법률회사 헌턴앤드루커스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관련 소송 건수는 지난 9일 기준 3347건으로, 지난 3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보험 관련 소송이 819건(24.5%)으로 가장 많았으며 직장 폐쇄나 재택근무 등과 관련된 시민권 관련 소송과 감금, 이동제한 상태에 대한 소송건도 각각 576건(17.2%), 570건(17.0%)으로 집계됐다.

로펌은 일반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호황을 맞는다. 분쟁이 증가해 일감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격리기간 중 기업이나 부동산 관련 소송이 줄어드는 반면 파산, 인사 관련 업무는 늘었다고 전했다.


"인원은 줄고 일감은 늘고" 코로나19에 울고 웃는 변호사들 원본보기 아이콘


보험 소송이 대표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최근 조업 중단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가입하는 기업휴업보험의 계약 문구 해석을 두고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의 봉쇄 조치로 영업이나 공장 가동이 중단됐지만 보험사들이 보상 대상이 아니라면서 이를 거부한 게 발단이 됐다.

미국에서는 식당을 비롯한 소매업자 등이 보험사를 상대로 봉쇄 조치에 따른 수십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보상해달라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보험사들이여, 옳은 일을 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기업휴지보험은 화재와 같이 '물리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보상이 가능하다면서 봉쇄 조치에 따른 영업손실은 보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WSJ는 "보험 역사상 가장 큰 소송전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영국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고등법원에 코로나19 관련 주요 보험사의 보험 규정 문구를 뽑아 해석을 요청했으며 이달 말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악사(Axa)손해보험은 지난달 30일 수백 개 식당을 대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5월 식당을 운영하는 한 셰프와의 소송에서 지면서 보험금을 지급해 이를 기반으로 다른 식당과도 합의한 것이다.


분쟁을 다루는 소송은 쏟아지는 반면 변호사 수익으로 직결되는 M&A나 IPO 관련 자문 요청 등은 줄었다. 위기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이 관련 절차를 일시 중단하거나 기존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의 올 1분기 M&A 규모는 2765억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35%가 줄었다. M&A 건수가 줄어든 만큼 로펌의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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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나타났다. 컨설팅 전문회사 매킨지가 지난 5월 작성한 '코로나19에 따른 로펌의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8~2009년 송사를 다루는 법적 소송 건수 감소율은 전년 대비 5%를 밑돌았지만 M&A 등을 다루는 기업 거래 관련 법무는 10% 이상 줄었다. 매킨지는 단기간 내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 때 기업 거래 관련 업무가 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로펌 수익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웰스파고의 법률 전문그룹은 지난 5월 미국 내 로펌 72곳의 수익을 기준으로 서비스 수요를 살펴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 감소폭(-10.4%)보다 타격이 덜하다는 뜻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상황에서도 비교적 잘 버티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기간 현금회수 규모도 3%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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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조계 내부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률정보회사 마틴데일아보가 208명의 변호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1%는 올해 로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27%는 팬데믹 발생 이후 수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로펌들은 일부 직원들을 감원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미국 로펌에서는 상위 45개사가 연방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2억1000만달러(약 2519억원)를 받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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