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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자본주의는 멈춰서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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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자본주의는 멈춰서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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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역사는 짧다. 18세기 중반 이후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노동 외의 생산 수단이 중요해지면서 자본주의가 시작됐다고 한다면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공장이나 기계설비와 같은 생산 수단의 소유가 노동과 괴리되면서 자본가 계급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을 산업혁명과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주로 상업 자본이었다. 자본주의의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 새로운 기술과 생산 수단의 축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교역과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것이다.

당시 동양과 서양의 무역에서 중요한 품목이 비단과 향료였다. 비단은 동양, 특히 중국의 특산품이었다.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비단이 생산됐지만 유럽에 비단 생산 기술이 알려진 것은 10세기 이후 이탈리아다. 그리고 제노아, 베네치아, 피렌체 등 지중해의 무역도시에 기술이 전파된 것은 그보다 더 늦은 12세기 무렵이다.


비단보다 큰 이득은 향료의 무역에서 발생했다. 동양에서 향료를 한가득 싣고 온 큰 배가 유럽의 항구에 무사히 도착하면 그 가치가 왕실의 1년 재정에 버금갈 정도였다고 하니 당시 향료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해적이나 풍랑과 같은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으나 그만큼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허락(Royal Charter)을 얻어 영국이 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를 1600년 처음 설립하고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이 뒤따른 것도 향료 때문이었다.


신대륙이 발견되고 얼마 되지 않아 금과 은광이 발견되면서 다량의 귀금속이 유럽으로 유입됐다. 그 가운데 특히 은은 많은 양이 동양으로 유출됐다. 산업혁명으로 면직물이 섬유의 대종으로 등장하기 이전까지 동양과의 무역에서 유럽은 항상 적자였다. 수입의 50% 이상이던 적자를 동양인들이 선호하던 신대륙의 은으로 메꾼 것이다.

16세기 이후 이와 같이 활발해진 무역과 신대륙의 발견에도 대중의 생활수준 개선은 미미했다. 산업혁명이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의 경제적 형편이 개선된 것은 기술 진보와 자본 축적에 따라 자본주가 등장한 산업혁명 이후이기 때문이다.


등장한 이후 자본주의는 멈춰 선 적이 없다. 간혹 멈춰 세운 나라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세기 전반에 아르헨티나가 그랬고 후반에는 구소련이 그랬다. 지금은 베네수엘라가 그렇다. 역사에서 이보다 분명한 교훈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를 멈춰 세우면 새로운 낙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위정자들이 아직 이 나라에는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듣도 보도 못 한 괴변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자본주의를 그토록 미워해 이룩한 것이 무엇인가? 이제는 부동산시장과 사유재산에 가하는 중과세와 규제가 자본주의를 멈춰 세울 기세다. 어떻게 자본주의 경제의 작용 원리를 이토록 이해하지 못하는 인사들로 정부와 참모를 꾸릴 수 있는지도 경이롭다.


다시 한 번 피력하지만 자본주의는 멈춰 서 있을 수가 없다. 멈춰 세우면 그 순간부터 후퇴한다. 허황한 구호로 해가 뜨고 날이 지더니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하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시장과 자본주의를 멈춰 세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지 않는 한 그 무엇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닥친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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