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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여주기식 다주택 공직자 압박…"공무원이 무슨 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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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파문 확산

정세균 총리 매각 권고 이어 '인사상 불이익'까지 검토

"솔선수범 측면 이해하지만 각자의 사정도 있는데…"

전매제한 세종 분양권 때문에 다주택자 된 공무원 불통

예외 허용 기대하지만 공무원 특공논란 비화 가능성도


정부 보여주기식 다주택 공직자 압박…"공무원이 무슨 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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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세종)·장세희 기자] 총리실이 '인사상 불이익'까지 추진하며 고위 공무원의 다주택 처분을 압박하자 세종 관가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위공무원단인 2급 승진 시에 다주택 여부를 따진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승진을 앞둔 4~5급 공무원까지 잠재적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직 사회가 술렁인다. 특히 전매 제한에 묶여 팔 수 없는 세종 분양권 탓에 당장 다주택 척결 대상에 포함된 2급 이상 공무원 사이에서는 "우리가 무슨 죄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위헌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다.

◆"재산 형성 과정 묻지 않고 무조건 매각 지시는 부당"= 9일 한 중앙부처의 국장급 관계자는 "공직자 솔선수범이라는 측면에서 총리의 1주택 권고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너무 갑작스럽다"며 "팔지 못하는 분양권도 있고 부모 봉양 또는 자녀 문제 등 각자의 사정 탓에 불가피하게 2주택이 된 사람도 있는데 이를 무슨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몰아가는 상황이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 급등을 야기한 범인으로 다주택자가 지목되고 이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집권 여당과 청와대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나서 '다주택 고위 공직자는 빨리 주택을 처분하라'라는 지시가 나온 상황. 중앙정부 부처 기준으로 장차관과 실장 등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150여명, 국장급이 포함된 2급 이상으로 확장하면 당장 약 2150명이 '솔선수범' 대상이 된다.


정부가 다주택 공무원에게 승진 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굉장히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재산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문제 삼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라고 무조건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근거가 부족해 부당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종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고위 공직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세종은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ㆍ청약과열지역 등으로 지정돼 있는 탓에 소유권이전등기일까지 전매가 금지돼 있다. 처분하고 싶어도 입주 시까지는 팔 수가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홍 부총리는 경기 의왕 아파트와 세종 아파트 분양권을 소유한 2주택자다. 지난해 12월 홍 부총리는 "세종 분양권을 처분하겠다"고 밝혔지만 입주 시까지 전매가 제한되는 탓에 처분 시기를 미룬 상태다.


◆세종관가 "분양권 어떡하라고…"= 분양권은 팔 수는 없지만 포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권 포기는 건설사 또는 시행사가 인정한 경우 가능하다"면서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권 포기가 나오는 경우 다른 분양자를 모집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요되고 대규모 분양권 포기로 이어질 경우 공사대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이를 허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분양권 포기가 가능해져도 금전적인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중도금을 대출해 납입했다면 이에 대한 이자는 물론 통상 분양가격의 10%를 내는 계약금은 전혀 돌려받을 수 없다. 분양권 포기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수천만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고위 공직자들의 관심은 처분 기한과 예외적 다주택자 허용 범위 등에 쏠리고 있다. 총리실은 조만간 각 부처에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이때 전매가 금지된 분양권을 소유한 공직자를 불가피한 다주택자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결국 세종 분양권 외에 처분할 수 있는 주택을 팔아 1주택자가 돼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종 이전 초기엔 청약 접수에서 미달이 나면서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적극적인 청약을 독려했다"며 "이제야 뒤늦게 분양받은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분양권을 예외 사유로 인정하는 경우엔 공무원 특별공급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특별공급 제도는 1990년대 초반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공급 당시 도입됐다.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과 무주택자가 보다 쉽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다. 이후 2010년엔 세종과 혁신도시로 이주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를 위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공무원 특공)'이 도입됐다. 근무지 이전 지역에 새로운 주거지 마련을 돕기 위한 목적인데 단 하루도 실거주하지 않은 채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배정 물량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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