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후보 8개국 최종 등록…유명희 본부장 승산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총 8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WTO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 없는 아프리카 후보들이 대거 도전한 가운데 선진국 출신 후보의 공세도 거세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WTO 사무국은 8일 오후 6시(현지시간) 사무총장 후보 접수를 마감했다. 그 결과 한국의 유 본부장을 비롯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나이지리아), 하미드 맘두(이집트), 아미나 모하메드(케냐), 헤수스 세아데(멕시코),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몰도바), 리엄 폭스(영국),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사우디아라비아) 등 8명이 지원했다. 당초 한국과 아프리카 후보의 대결이 예상됐으나 접수 마감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유럽 국가에서 후보를 내면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미국과 중국,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호소할 예정이다. WTO의 뜻과는 달리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다자무역체제의 수혜로 성장한 국가라는 명분을 적극 활용한다.

후보 면면을 보면 우선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Gavi를 이끌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재무부 장관과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세계은행 전무를 지내는 등 다양한 경력도 보유했다. 멕시코의 세아데 후보는 외교부 북미 담당 차관으로 재직 중이라 미국의 지원을 얻기에 유리한 위치까지 점하고 있다. 다만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WTO 사무총장이 같은 중남미 국가인 브라질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선거는 만장일치로 사무총장을 뽑을 때까지 일부 후보를 탈락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등 아프리카 후보들은 막판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이후에도 단일화에 난항을 겪고 40여장이 넘는 아프리카 회원국 표가 분산된다면 선거 양상이 예상과 다르게 흐를 수 있다. 후보 접수 마감 막판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추천을 받고 출마를 공식화한 폭스 전 국제통상부 장관은 선진국 입장을 대표할 후보다. WTO 사무총장은 관례상 선진국과 개도국이 번갈아 맡아왔다. 이 때문에 선진국 출신 후보자인 폭스 전 장관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

일본의 의사도 변수로 꼽힌다. 지난 7일 일본 정부는 "WTO 사무총장 선출에 제대로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무역 분쟁까지 벌이고 있어 한국에서 WTO 사무총장이 배출되는 것을 반대할 수 있다. 이렇게 아시아 표가 분산되면 유 본부장이 회원국 만장일치를 따내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