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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수입…국산화 오기 생겨 맨땅에 헤딩” 배짱 두둑 항공 기업인

최종수정 2020.07.14 14:50 기사입력 2020.07.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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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분야 소재부품 국산화 1호 기업 써브 김진섭 대표 인터뷰
알루미늄 팔레트 국산화 성공…“1조3000억원 시장에 우리 기술로 도전할 것”

7년 간의 개발 끝에 항공 수하물용 알루미늄 팔레트 국산화에 성공한 써브 김진섭 대표가 직접 개발한 팔레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7년 간의 개발 끝에 항공 수하물용 알루미늄 팔레트 국산화에 성공한 써브 김진섭 대표가 직접 개발한 팔레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무더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스틸 공작 기계와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공장 안은 더위를 잊은 모습이다. 경기 화성시 마도면 마도산업단지 내 ㈜서브 공장은 알루미늄과 스틸 파이프로 제작된 화물 팔레트가 가득했다. 그 사이로 공장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은색 패널(panel)이 시선을 잡아끈다.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항공수하물용 ‘알루미늄 팔레트’다.


자동차의 10배, 20만 개 이상 부품이 결합된 항공 제조 산업은 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장기간 초기 투자를 요해 중소기업에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항공용 화물 팔레트 국산화에 성공한 김진섭 써브 대표는 “국내 항공기 대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화물 팔레트는 전량 수입 품목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우리 기술력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과 스틸 팔레트 제조 전문업체인 써브는 업력 10년 차 기업이지만 김 대표는 창업 전에도 팔레트 업체 현장 총괄직으로 일하며 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대, 한화 등의 대형 거래처 확보로 사업이 안정화에 접어들 때쯤 항공 화물 현장에 방문한 것이 도전의 시작이 됐다. 김 대표는 “2012년 항공화물 터미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적재 화물을 우연히 접했는데, 알루미늄 컨테이너와 팔레트가 있기에 어디서 납품받나 물었더니 100% 수입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가 가진 기술로도 충분히 도전 가능할 것 같아 멋도 모르고 뛰어들었다”고 털어놨다.


㈜써브가 개발·인증 받은 항공기용 화물 팔레트.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써브가 개발·인증 받은 항공기용 화물 팔레트.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항공 기내 화물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팔레트 위에 쌓은 후 비닐과 스트랩 등으로 고정시켜 지게 차로 운반해 기내에 적재한다. 통상 화물기의 경우 컨테어 너보다 활용 빈도가 높고 가벼우면서도 편리하게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팔레트를 주로 사용한다.


제품 개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는 기준도 불확실하고, 규정도 모르는 상황에서 외국 팔레트·컨테이너사의 전문 책자를 구입해 항공안전기술원과 국토교통부에 도움을 의뢰하며 꼬박 7년을 개발에만 매달렸다. 연 평균 1억원 가량의 연구개발비용은 스틸 팔레트 사업 매출로 충당했다. 김 대표는 돈도 돈이지만 기준이 없는 현실이 더 막막했다고 설명한다. “국내 개발 사례가 없으니 관련 기관에서도 기준을 마련해야 했고, 기초자료는 전부 외국에서 들여와 직접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었죠.”

화물 팔레트를 포함한 단위탑재용기(ULD,Unit Load Device)는 전 세계에서 약 90만 개 정도가 사용된다. 국내 항공업계 소요량은 2만 개 정도인데, 연간 교체 비용과 수리 비용 은 각각 30억 원 규모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으니 고스란히 외화 유출로 이어져 왔다.


㈜써브 기업정보.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써브 기업정보.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7년 연구 끝에 마침내 완성된 써브의 항공 화물 팔레트는 지난해 국토부의 ‘항공기 탑재장비 기술 표준품 형식승인(KTSO)’을 받았고, 올 4월에는 미국연방항공청(FAA) 인증을 받았다. 국제 항공기 탑재 기자재는 모두 미국연방항공청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인증을 받아야 비로소 기내에 실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항공안전기술원, 그리고 경기도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개발 막바지 경기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업에 선정돼 운영자금 4억원을 지원받아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팔레트에 이어 항공 화물 컨테이너도 현재 국토부에서 인증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 분야 소재부품 국산화 1호의 기쁨도 잠시, 써브가 FAA 인증을 받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려는 시기 전 세계 항공 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었다. 국내 주요 납품처라 생각했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팔레트와 컨테이너 운송 업무를 5년간 외국 기업에 위탁하는 옵션 계약을 맺은 뒤였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인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어 제안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김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캐나다, 러시아 항공사를 중심으로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우리만의 장점이 분명한 만큼 먼저 외국 항공사와 거래를 통해 경험을 쌓은 뒤 본격적인 국산화에 나서 추후엔 수리업과 판매업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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