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n차 감염’·2차 피해 확산…검사 시 익명성 보장·조사 방해 땐 고발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대전 다단계·방문판매업소를 연결고리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대전은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 지역으로 낙인 돼 다른 지역에서 공연히 기피대상에 오르는가 하면 확진자가 도를 넘는 인신공격을 받아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나온다. 방역당국은 이러한 2차 피해가 정작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다.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현재 지역 누계 확진자는 101명으로 이중 55명은 지난 15일~24일 사이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평균 5~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으로 이 기간 확진자는 대전 서구 괴정동 소재 오렌지타운과 서구 탄방동 소재 둔산전자타운 등 암호화폐 추정 다단계·방문판매업소 관련자이거나 관련자와 접촉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감염자가 다녀간 중구 사정동 소재 웰빙사우나, 유성구 봉명동 경하온천사우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불특정 다수가 연달아 2차·3차 감염되면서 대전은 물론 세종, 충남 등 인접지역에서의 ‘n차 감염’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전이 ‘n차 감염’의 주요 지역으로 지목받으면서 예기치 않은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대전 확진자가 병상에서 쓴 편지는 이 같은 2차 피해상황을 대변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이 편지에는 “코로나19를 내가 만들어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된 피해자인데, (어느새)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됐다”며 “치료가 된다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어떻게 고개를 들고 살 수 있단 말인가”라고 적혔다.
또 “우리 가족 신상이 공개됐고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2층 사시는 아줌마는 내게 '같은 건물 사람들한테는 식당에서 밥도 안 판다'고 울며 하소연했다”며 "말이 필요 없다, 방법도 없다, 앞이 깜깜하고 손발이 떨리며 한없는 눈물이 쏟아진다, 지옥에 떨어지는 기분“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2차 피해는 비단 지역 안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주말 충북 영동에 있는 선산을 들렀다가 근처 식당을 찾은 A(54·대전 중구) 씨는 식사 중 이장의 육성으로 들려오는 안내방송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전을 다녀온 사람과 가급적 접촉을 하지 삼갈 것을 당부한다’는 안내 내용을 들으면서다.
또 회사 일정상 최근 천안을 다녀오게 된 B(49·대전 서구) 씨는 거래업체 관계자의 노골적인 경계심에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B씨는 “업무상 업체와 대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B씨 본인) 건강상태와 대전 분위기를 엿보듯 물어보는 상대가 불편했다”며 “우려하는 마음은 알지만 그래도 상대의 노골적 말과 행동이 마냥 달가울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시와 방역당국은 이 같은 분위기가 자칫 지역 내 감염병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2차 피해를 의식한 시민들이 신분노출을 꺼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미루거나 기피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해 허태정 대전시장은 “확진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과 무분별한 지역 경계심으로 피해 입는 사례가 속속 전해져 매우 안타깝다”며 “코로나19로 확진자가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대전시민이 다른 지역에서 배타적 대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허 시장은 “최근 다단계·방문판매업소가 'n차 감염‘ 연결고리로 지목되면서 자신이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을 때도 (비난이 두려워) 진단검사를 기피하는 상황도 많다”며 “하지만 이는 결국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는 문제된 다단계·방문판매업소를 직접 다녀왔거나 감염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시민이 익명으로 검사받을 수 있게 조치할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고의성을 갖고 진단검사를 기피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다면 고발조치로 강력대응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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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는 현재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50대 여성 확진자 1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 완료조치한데 이어 다른 2명에 대해서도 추가 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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