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최악 상황엔 영업이익으로 이자 못 갚는 기업 50.5%
항공 등 타격기업 유동성 부족 54.4조
외환위기급 충격시 1년도 못 버티는 가계 45.8만가구

비은행 금융기관 리스크 예의주시해야
정책대응 이어가며 기업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 노력필요

"코로나19 올해 안 끝나면…국내기업 절반, 이자 못 갚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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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연중 내내 이어질 경우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전체 기업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이긴 하지만 정책 지원을 하면서도 기업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을 동반해야 위기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코로나19 백신개발이 요원해 우리 경제가 생각보다 오래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할 수 있는만큼 '최악 상황'을 가정해 점검한 결과다. 충격이 커지면 1년도 못 버티는 기업ㆍ가계가 줄을 이을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 대응이 적재적소에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24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20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이 연중 내내 지속된다는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50.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32.9%)엔 3곳 중 1곳이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배율도 지난해 말 3.7배에서 1.1배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한 해의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뜻이다.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도 최악의 경우 88.8%에서 93.1%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도 40.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빚더미에 앉은 가계도 문제다. 분석결과 실업 증가폭이 외환위기 수준에 이를 경우 45만8000가구가 1년도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의 경우에도 코로나19 직후와 같은 매출 충격이 지속되면 30만1000가구가 1년을 넘기지 못한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이자를 갚을 수가 없게 되면 파산이 이어질 수 있다"며 "가계의 경우 특히 자영업자가 문제인데,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은 일부가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FSI)는 1분기 중 위기단계까지 올랐다. FSI는 지난 4월(22.3) 위기단계에 이르렀다가 이후 하락해 현재 18.0을 기록 중이다. FSI는 금융안정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ㆍ금융시장ㆍ대외ㆍ실물경제ㆍ가계ㆍ기업 등 6개 부문의 20개 월별 지표를 표해 0~100으로 표시한다. 정상(8 미만), 주의(8~22), 위기(22 이상)로 구분된다. FSI가 위기 단계로 들어섰던 때는 외환위기(1996년 12월~1999년 3월, 최고치 1998년 1월 100)와 금융위기(2008년 9월~2009년 6월, 2008년 12월 5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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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빚,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코로나19 경제타격에 대한 대응은 지금까진 효과적이었다. 정부와 한은의 적극적 돈풀기는 가계ㆍ기업이 위기를 넘기도록 도와줬다. 문제는 위기가 길어질 경우인데, 급증한 대출이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를 잔뜩 늘려놓은 가운데 특정 부문의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충격이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중 가계ㆍ기업대출(민간신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로 사상 처음으로 200%를 넘어섰다. 성장률은 갈수록 하락하는 반면 대출은 빠르게 급증한 결과다. 지난해 6%대를 기록하던 민간신용은 1분기에 7.6% 늘었다. 기업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 말 기업대출 규모는 1229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6% 늘었다.


기업들의 경우 항공, 해운, 숙박음식 등 코로나19 충격이 큰 기업들의 부채규모가 우려된다. 지난해 667.3% 수준이던 항공업의 부채비율은 최악충격을 가정하면 -1905.5%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종들의 유동성 부족도 문제다. 기본 시나리오 가정시 유동성 부족규모는 30조9000억원,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54조4000억원까지 부족할 수 있다. 이중 한계기업들의 유동성 부족규모는 약 30%다.


가계부채 역시 1611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 말 기준 163.1%로 전년동기대비 4.5%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7.7%로 전년동기대비 0.5%포인트 올랐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기업들의 수익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이 모자라면 결국 채권을 발행하는데, 그 회사채를 살 사람이 없을 수 있다"며 "금융기관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출만기를 약 6개월간 연장해줬는데, 11월부터는 연장해준 대출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기관 연체율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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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금융기관 주시해야…리스크 확산점 될 수도= 아직까지 금융기관, 특히 일반은행의 경영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 문제는 비은행금융기관이다. 상호금융ㆍ보험ㆍ여신금융회사ㆍ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은 위기가 길어지면 먼저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3월 말 기준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대출(321조7000억원) 중 중소법인ㆍ개인사업자 대출비중은 90.1%에 달한다. 업종별로 봐도 부동산ㆍ건설업 비중이 55.6%로 높아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중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 대출비중도 9.0%로, 은행(2.2%)보다 훨씬 높다. 올해 1분기 비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1.92%로 은행(0.27%)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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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금융기관들은 해외 유가증권이나 대체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아 시장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3월말 기준 시장리스크 익스포저는 1266조4000억원이다. 비은행금융기관들은 시장성자금을 조달하는 비중도 높기 때문에 금융시장 충격이 커지면 유동성 부족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비은행금융기관 충격→은행 등 금융지주 부실→가계ㆍ기업 금융지원 위축→실물경기 추가 악화'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은 관계자는 "비은행금융기관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의 전파경로가 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은 주요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적절한 정책대응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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