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등록금 돌려주세요" 이대생들, 폭염 속 '등록금 반환' 농성
이대 총학, 등록금 반환 무기한 긴급농성
학생들 "부실한 온라인 수업 등록금 값어치 못해"
이대 측 "등록금 환불 진행된 논의 없어"
정부, 대학 등록금 환급 요청 불가능
23일 오후 1시30분께 농성 2일째인 이화여대 총학생회 농성 현장. 이대 총학생회는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교내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나섰다./사진=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김봉주 인턴기자] "등록금 돌려받고 싶죠. 솔직히 어느 정도는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 강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등록금을 환불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2일부터 학교 정문에서 등록금 반환 및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는 긴급 농성에 돌입했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이대 교내에서 만난 학생들은 부실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시험 역시 온라인으로 치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성적평가 방식 등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문학과 3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조모(22) 씨는 "지금까지 수업 자체가 제대로 진행된 게 없었다"며 "아무래도 온라인 강의다 보니 연세가 있으신 교수님들은 답답해하고 학생들도 수업 중 바로바로 질문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등록금을 꼭 반환받고 싶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학년 박모(21) 씨는 "(온라인 수업)당연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강의 퀄리티면에서도 교수님이 따로 수업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대학원 수업에 쓰인 자료를 학부생에게 보여주는 등 성의가 없었다"며 "이런 점에서 학생들은 교육권 침해를 받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험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교수님이 오픈북 시험을 진행해주셔서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긴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교수님들 재량이기 때문에 아닌 경우도 많았다"며 "온라인 시험 시 카메라를 켜놓고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절차가 있었지만 컨닝 우려는 여전했다"라고 하소연했다.
자연대 학생이라고 밝힌 김모(22) 씨는 등록금 반환 농성에 대해 "(등록금을 받을 때까지) 진행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 3월부터 등록금 문제를 지적해왔다.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돌려줘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1시30분께 농성 2일째인 이화여대 총학생회 농성 현장. 이대 총학생회는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교내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나섰다./사진=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이런 가운데 이대생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대학생들도 대학의 등록금 반환 또는 감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대체 강의 기간이 늘어나면서다.
지난 4월 27개 대학 총학생회로 꾸려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국내 203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2만1천7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들은 '원격 수업(온라인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 '학교 시설 이용이 불가능하다' 등을 등록금 반환 요구의 이유로 꼽았다.
등록금 반환이 결정됐을 때 반환 금액에 대한 생각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중 55%는 '절반을 반환해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20∼30% 반환'이 28.4%로 뒤를 이었고, '전액 반환'을 바라는 학생들도 9.5%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실습수업의 경우 아예 대면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실기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학과에서는 큰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대학이 실기 수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대학에서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음악과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강모(20) 씨는 "감염 문제 등으로 인해 대면 수업은 진행되지 않았다"며 "과 특성상 몇십 명씩 모여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론 강의로 대체됐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라고 토로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학생들의 요구안을 실현할 때까지 정문 근처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희아 이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가 이번 농성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두 가지를 실현하려면 학교와 학생이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소통의 창구가 없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학교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다른 학교는 절대평가 전환, 등록금 감면 등의 노력이 있었으나, (이대는)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측이 장학금을 도입했지만 실제로 학생들에게 수혜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절차가 까다로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상황 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면서 "사실 코로나로 인해 피해 입은 것은 모든 학생들이 해당하기 때문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그러므로 등록금의 차액을 반환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등록금 반환 관련해 진행된 논의가 없다고 밝혔다. 이대 홍보실 관계자는 "등록금 환불 같은 경우 검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교육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대신 (1학기와 마찬가지로) 2학기에도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환원할 계획이 있다. 코로나19 피해 입증 어렵다는 학생들의 불만 사항이 어느 정도 반영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학에서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성적 평가는 교수자율평가제로 운영 중이다. 이미 절대평가 비율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한 대학등록금 환급 요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대학과 학생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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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대학을 지원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대학 측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주 인턴기자 patriotb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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