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미착용자 둘러싼 논란 이어져…폭행 사건도 잇따라
일부 근로자들 "마스크 착용 요청, 욕설·폭행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전문가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분노 표출…일종의 갑질"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재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재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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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마스크 착용은 당연한 건데…써달라고 말하는 게 쉽진 않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길거리, 상점, 대중교통 등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새로운 사회 규범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마스크 미착용자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워진 날씨 탓에 마스크를 벗은 채 이동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이 탑승을 거부하는 버스 기사를 폭행하는 등 마스크 미착용에서 비롯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카페·편의점 등 아르바이트생들을 비롯한 일부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 요청을 받은 고객이 욕설을 내뱉거나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지난 18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광진구에서 마스크 없이 마을버스에 탄 50대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버스 기사에게 주먹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기사의 목을 물고, 이를 말리는 다른 승객까지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 등의 혐의로 20일 구속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정부가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이후, 대중교통 마스크 미착용 폭행 사건으로 구속된 첫 사례다.


앞서 지난 3월1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병원에서는 한 남성이 마스크를 써달라는 간호사 요구에 화가 난다며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운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대학생 A(19) 씨는 이날 오전 5시께 술에 취한 채 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간호사가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자 "나를 코로나 환자 취급하냐, 에이 시X" 등 욕설을 하고, 간호사를 위협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고 "죄질 및 범행 내용이 좋지 않다.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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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일부 근로자들은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 요청을 하기가 꺼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고객 또는 방문객이 마스크를 벗고 있을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어 착용 요청을 해야 하지만, 이같은 요청이 폭력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의왕 소재의 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B(27) 씨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손님에게 어떤 걸 요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특히 마스크 착용은 예민한 부분이라 자칫하면 개념 없는 손님으로 몰고 간다는 느낌을 받게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탁하는 말투로 조심스럽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손님 감정이 상하게 되면 뒷수습도 아르바이트생 몫이기 때문에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마스크 미착용자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근로자들이 착용요청을 해야 하는데, 관련 제도가 없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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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마스크 미착용 시 벌금제도 마련해달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안일한 사람들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면서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건 벌금제도다. 안전벨트 미착용, 음주운전 처벌처럼 사람들에게 새롭게 경각심을 줄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이 '분풀이성 폭행'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2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들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요청은 당연한 거다. 버스 기사 등 그런 요구를 한 주체에 대한 분노라기보다 현재 상황에서 받는 피해로 인한 막연한 불만이나 불확실성, 불안감,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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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사람들은 힘이 있는 사람 또는 예의를 지켜야 될 상황 등 조건에 따라 분노를 억제한다. 억제하면 나중에 더 강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데, 편하다고 생각되는 나보다 약한 존재를 상대로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이런 행동도 일종의 갑질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약한 존재에게 분풀이하는 등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다들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전보다 더 심화돼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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