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뭔데 마스크 쓰라 마라야 시X" 마스크 착용 요청에 버스기사 수난
지난달 26일부터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도입
"마스크 착용 요청했는데"…버스기사 폭언·폭행 시달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마스크 언급하기도 무서워요.", "안전을 위해 마스크 써 달라는 말이 그렇게 듣기 싫은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대중교통 운전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으나, 마스크 착용 요청에 응하지 않는 일부 승객과의 마찰로 버스 기사가 수난을 겪는 일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A(54)씨는 "규정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의 승차를 거부했는데 '네가 마스크 사줄 것도 아니잖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기다리는 승객들도 있고, 마스크 착용을 권하다가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나서 강요할 수는 없다"고 성토했다.
A씨는 "승차 거부가 되다 보니 탈 때만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서는 턱까지 내리는 승객들도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직장인 B(28)씨는 "간혹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을 종종 볼 때면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통화를 하거나 대화하는 사람들 근처에는 가고 싶지 않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B씨는 "한마디 하고 싶기도 한데 괜히 시비가 붙을까 봐 무섭다"며 "승차 거부를 더 철저히 해서 마스크를 안 쓰면 대중교통을 아예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개인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버스 기사가 승객으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20일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버스 기사에게 욕을 퍼부으며 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말린 다른 승객까지 폭행한 50대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지난 18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광진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마을버스에 탔다. 피의자는 다른 승객이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하자 욕설을 퍼부으면서 때렸고, 이를 말리는 다른 승객의 뺨을 때린 뒤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기사는 달아난 피의자의 뒤를 쫓았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가 버스 기사의 목 부위를 물어뜯어 중상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 구로경찰서에서는 지난 16일 구로구의 한 버스 정류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시내버스에 탔다가 기사가 마스크를 쓰라고 요청하자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린 승객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청주에서 술에 취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에 탔다가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버스 기사를 폭행한 60대가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버스기사 C(44)씨는 "버스에 못 타게 해도 욕하면서 막무가내로 버스에 올라타는 승객도 있다"며 "소리 지르고 욕하는 승객이 더 흥분하면 주먹을 휘두를 텐데, 뉴스에서 나오는 얘기가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승객들도 코로나19에 예민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버스에서 난동을 피우면 같이 나무라준다"면서도 "(마스크 미착용자가) 내릴 때까지 버스 운행을 안 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데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마스크 착용을 두고 발생하는 갈등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사와 승객 양쪽의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버스 기사가 강력하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지 못하는 건 지침에 대한 책임이 전부 기사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또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폭행, 폭언 등으로 이어지다 보니 더 눈치를 보고 조심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승객의 입장에서 기사의 마스크 착용이 명령조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마찰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승객은 스스로 알아서 개인 방역에 힘을 쓰고, 기사는 마스크 착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서로 방역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경찰은 코로나19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이후 승객과 기사 간 승강이가 늘어났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시에 따르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승객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8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 방역수칙이 중요하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는데도 시비가 일어나면 폭행이나 운행 방해 등 관련법을 적용해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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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서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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